충북 청주에 있는 SK키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부신암에 걸린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윤성진 판사는 10월 23일 부신암에 걸린 근로자 A(진단 당시 37세)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2구단50734)에서 "원고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윤 판사는 "원고가 담당 공정에서 취급한 수십 종류의 물질이 이 사건 상병을 직접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으나, 위 물질이 신체의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임은 분명하고, 또한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이 개별 유해물질별로 노출 위험기준을 초과한 것은 아니더라도 수십 종류에 이르는 유해물질이 다른 유해물질과 결합하거나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원고의 신체에 악영향을 미쳐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특히 클린룸이라는 작업 환경의 공조 특성상 환기가 제한되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다른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노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에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이러한 유해물질도 원고가 직접 취급한 유해물질과 서로 영향을 미치거나 결합하여 원고의 신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상병은 주로 40~50대에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반하여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시기는 37세였는데, 이처럼 약 15년간 동일한 공정에서 근무한 원고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빠른 시기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면, 설령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들의 알려진 건강 유해성에 이 사건 상병이 포함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유해물질에 장기간 계속 노출되는 경우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킬 가능성 등을 비롯하여 아직 확인되지 않은 건강상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원고는 설비 및 장비에 유해물질인 가스를 새롭게 투입한 후 후각을 이용하여 직접 냄새를 맡아 그 가스 누출여부를 탐지하는 작업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는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접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여러 종류의 가스를 동일한 방법으로 취급하여 왔으므로, 원고는 취급한 유해물질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판사는 "이 사건 상병이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이 의학적, 과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의 종류가 매우 많고, 위 유해물질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장기간 근무한 이후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빠른 시기에 이 사건 상병에 걸리게 되었으며, 상병의 다른 원인이 될 만한 유전자 변이나 가족력도 없는데다가 위 상병과 위 유해물질이 무관하다는 점 역시도 의학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된 것이 아니라면, 상병과 원고가 작업 중 노출된 유해물질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 첨단산업의 불확실한 위험을 대비하여 근로자의 희생을 보상하면서 첨단산업의 발전을 장려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을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하여야 하는 점 등까지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과 원고가 업무 중 노출된 유해물질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00년 11월부터 약 1년간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공장(현 SK키파운드리)에서 반도체 디퓨전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2004년 10월부터는 같은 공장에서 반도체 증착(Deposition, 화학적 · 물리적 방법으로 전도성 또는 절연성 박막을 형성시키는 과정으로서 박막(Thin Film)과정으로도 일컬어짐) 공정의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20년 3월경 부신암을 진단받은 A씨가 이 상병이 반도체 공장 근무 중 노출된 각종 유해물질로 인해 발병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임자운, 정정훈 변호사가 원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