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 근로자인 A씨는 2021년 11월 1일 B사의 공장에서 출장을 온 C씨와 서울 용산구에 있는 B사 본사에서 공장 건전성 지표 미팅을 했다. 위 미팅의 참석자는 A와 C씨 두 명뿐이었다. 미팅은 오후 4시 30분쯤 종료되었고, 두 사람은 회사 본사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고깃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A씨는 오후 7시 40분쯤 식사를 마친 후, 출근할 때 사용했던 전기자전거를 타고 송파구에 있는 자택으로 가다가 교차로에서 횡단보도 신호 대기를 위해 인도에 정지해 있던 중 넘어져 도로 위로 쓰러졌고, 지나가던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저녁 식사를 한 것은 업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라고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장시간 음주를 하는 행위는 출퇴근 행위가 중단된 경우로서 사적 행위로 인한 일탈 · 중단으로 판단되며, 음주운전에 기인하여 발생한 사고로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배우자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하자 A씨의 배우자가 소송(2023구합76990)을 냈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콜농도 0.162%였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그러나 11월 8일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의 출퇴근 재해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3항 본문은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통상적인 경로와 해당 근로자가 선택한 경로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 근로자가 중간에 경유한 장소나 시설의 용도, 근로자가 그 장소나 시설에 머무른 시간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C는 위 미팅에 참석하기 위하여 공장에서 서울 용산구에 있는 B사의 본사까지 출장을 왔고, 위 미팅이 끝난 시간은 저녁 식사를 할 무렵이었는바, 미팅을 한 후에 미팅참석자끼리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 업무관련성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A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택에서부터 서울 용산구에 있는 회사의 본사까지 주로 전기자전거를 이용하여 출퇴근하였고, 사고 당일에도 전기 자전거를 이용하여 출근하였다"고 지적하고, "A와 C의 저녁 식사 자리는 어느 정도 업무 관련성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고, 19:40경 종료되어 저녁 식사가 이루어진 시간도 비교적 길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A가 출근할 때 사용하였던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시 자택으로 이동한 것은 여전히 퇴근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저녁 식사 이후의 귀가 과정이 사적인 귀가 과정으로 전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A의 귀가 과정에서 순리적인 경로 등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일탈이 존재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사고는 A가 평소에 전기자전거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면서 노면의 상태, 교통상황 등의 주변 여건과 결합하여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던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보이므로, 사고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퇴근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마중이 원고를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