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인플레이션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사원가의 상승,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 하향 · 미분양 등 악재가 겹친 지난 2-3년 동안 공사가 진행된 PF사업장들의 책임준공기한이 도래하면서, 시공사, 대주단, 신탁사 등 사이에 책임준공의무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PF 대출약정에서 시공사의 담보제공의 일종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책임준공확약상 '책임준공의무'란 일반적으로 '천재지변, 내란,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행사의 의무 불이행 등 일체의 사유를 불문하고 시공사는 일정 기한(이른바 '책임준공기한')까지 시행사와 체결한 공사도급계약 등에 따라 건설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되고 있는 주의의무를 다하여 시공을 완료하고, 건축물에 대한 정식 사용승인을 얻어야 할 의무'를 말한다.
"통상 수단 다했어도 방지 불가능했어야"
판례는 '불가항력'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주택공급계약상 지체상금 지급책임 면제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대법원이 '불가항력이었음을 이유로 지체상금 지급 책임을 면하려면, 지연의 원인이 사업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그 사업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하였어도 이를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한 판시를 참조하고 있다.
그런데 PF대출기관들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담보로서 책임준공확약을 활용함에 따라, 통상적으로 책임준공확약서에서는 시공사의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여러 경우(이를 이 글에서 '불가항력 배척 사유'라고 하겠다)를 사전에 열거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시행사의 공사도급계약상 의무 불이행, 공사조건의 변경, 민원, 채무불이행 사유(기한의 이익 상실사유)의 발생, 시행사 또는 시공사에 대한 부도사유의 발생, 공사비 지급 지연, 사업 관련 인 · 허가의 미비, 사업부지 소유권 확보 또는 명도의 지연, 분양률의 저조, 비정상적인 건설환경 내지 금융환경, 노사분쟁 등'이 불가항력 배척 사유로 명시되고는 하며, 여기에 '문화재의 발굴'이 추가되기도 한다. 2022년 이후에는 '감염병의 발생 · 유행'을 불가항력 배척 사유로 명시한 사례가 다수 있다.
'코로나19 주장' 가처분 기각
책임준공확약에서 불가항력 배척 사유로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사유에 대해서는 그것이 불가항력적 사유에 해당하는지 다투어지고는 한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 7월, 시공사가 대주단을 가처분 채무자로 하여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인한 채무인수의 효력정지를 구한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법원은 "코로나19의 유행, 정부의 행정지도 강화 등이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위 사안에서 시공사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법원의 휴정 등으로 인하여 사업부지 관련 토지 매도청구소송이 통상의 경우보다 장기간 지연되었고, 타 지역에서 발생한 철거 관련 사고로 인한 전국적 규모의 행정지도, 레미콘 8 · 5제(레미콘 운송업자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근무) 등으로 인해 공기지연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불가항력의 사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대출약정이 이미 코로나19 발생시점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2021년 3월)에 체결되어 체결시 이미 각종 절차의 지연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정부의 행정지도 강화는 각종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 가능한 점, 대한민국 정부는 코로나 19와 관련하여 전면적인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공사현장에 반입되는 레미콘 등 자재의 수급 · 관리는 원칙적으로 시공사의 책임영역 안에 있는 사항인 점 등을 들어, 시공사가 주장한 공사 지연 사유들이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이 사건은 필요한 최소한의 심리를 거쳐 잠정적 조치를 명하는 가처분 사건이므로, 해당 사건의 결정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사건 공사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하여 지연된 것인지에 대한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은 추후 관련 본안 소송에서 충실한 증거조사를 통해 심리 · 판단되는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 가처분 사안에서 법원이,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 규정상 '인 · 허가 사항의 변경, 천재지변, 불가항력의 사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에는 시행사, 시공사, 대주단, 신탁회사가 별도 합의하여 책임준공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밖의 대부분의 사정들은 책임준공기한 연장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그 취지에 비추어보면 '불가항력'의 의미는 인 · 허가 사항의 변경, 천재지변에 준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시공사가 공사도급계약에 기재된 공사대금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일환으로 자기의 진정한 의사에 기해 책임준공확약을 하는 것으로 보므로, 책임준공확약서에서 정한 불가항력 배척 사유는 시공사의 책임준공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만, 법원은 책임준공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책임준공확약서상 내용과 함께 당시 체결된 사업약정서 등 제반 약정서상 규정 및 준공기한을 지킬 수 없게 된 구체적인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 아래 사례를 보자.
준공보증확약서 · 사업약정서 규정 등 종합해 판단
시공사에 대하여 준공보증확약상 책임준공의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항소심 법원은, 준공보증확약서상 '시공사에게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시공사가 예정준공일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 책임준공의무 위반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명시된 사유'에 대해서는 해당 사유로 인한 책임준공 미이행시 그에 따른 위반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제한 다음, ①이 사건 준공보증확약서에 '사업부지의 하자로 인한 설계변경'과 달리 '건물 디자인 변경과 같이 시행사의 편의를 위한 설계변경에 따라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는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어도 예정준공일까지 공사를 완료해야 하는 사유로 열거되어 있지 않은 점, ②이 사건 사업약정서에서는 '시공사의 귀책사유 없이 관계 행정기관의 명령 등으로 준공기한을 초과하는 경우, 대주단, 시공사, 시행사가 상호 합의하여 준공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허가에 관한 사항은 여기에 포함된다는 점(설계 변경으로 인하여 건축허가 변경승인을 받은 사실이 있음) 등을 고려하여, 이 사안에서는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준수하지 못하더라도 시공사에게 책임준공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책임준공확약서 뿐만 아니라 PF대출 관련 제반 약정서상 준공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사유 및 불가항력 배척 사유로 나열되는 하나 하나의 사유가 추후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책임준공의무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각 이해당사자들은 우려되는 각 사유들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협의한 후 합의된 의사가 약정서 · 확약서상 충실히 반영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대주로서는 변경약정 또는 추가약정 등의 체결 시에 준공기한을 연장하여 주거나 책임준공의무를 제한하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 대책 주목
한편 책임준공의무 위반으로 인한 대출원리금 채무 인수 등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워 경영난을 호소하는 시공사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에 시공사의 PF대출 관련 리스크를 제한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하여 국토교통부 등에서 책임준공 관행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추후 정부가 책임준공과 관련하여 어떠한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부동산PF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임혜정 변호사(hjlim@jipyong.com, 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