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김윤희 판사는 1월 24일 술을 마신 후 차 안에서 자고 있다가 차량이 후진해 다른 차와 충돌하는 바람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기소된 이 모(5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3고정1159).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102%. 김 판사는 그러나 이씨가 고의로 운전하려 한 것이 아니라 실수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씨는 2023년 2월 18일 오전 6시 53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02%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이면도로에서 그랜저 자동차를 운전하여 일방통행 표지의 반대방향으로 후진했다가 뒤쪽에서 정차 중인 김 모(47)씨의 자동차 앞범퍼 부분을 들이받아 김씨에게 전치 약 2주의 염좌와 긴장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판사는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는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하여 자동차 원동기의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의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의 추진력에 의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또는 불안전한 주차상태나 도로여건 등으로 인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는 자동차의 운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①피고인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신 후 2023. 2. 18. 04:25경 피고인의 차량에 탑승하여 시동을 건 사실, ②잠시 후 피고인의 차량에 브레이크등이 점등된 상태가 유지되다가 같은 날 04:27경 기어가 후진으로 변경되었는데, 그와 같은 상태가 2시간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된 사실, ③같은 날 06:53경 피고인의 차량이 갑자기 후진하며 피고인의 차량 뒷범퍼 부분으로 주차되어 있던 피해자의 차량 앞범퍼 부분을 들이받았는데, 당시 피고인은 차량 내에서 코를 골며 잠이 들어있었던 사실, ④피고인의 차량이 피해자의 차량을 충돌한 직후 피해자가 차에서 내려 피고인의 차량으로 다가갔는데, 피고인은 운전석 좌석을 완전히 뒤로 젖혀 잠이 들어있었고, 피해자가 창문을 두드려도 깨어나지 않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한 사실, ⑤ 피고인은 사고 발생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차에서 계속 잠을 자고 있었던 사실 등을 비추어 보면, 검찰이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차량이 움직인 것이 피고인의 고의의 운전행위에 의한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