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의 임직원 보상 방식에 착안하여 주식을 기초로 보상을 제공하는 주식연계보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할 필요성이 높은 기업들은 최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외에도 스톡그랜트, 그 중 특히 RSU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스톡옵션 외에도 다양한 주식연계형 보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톡그랜트(Stock Grant)는 회사가 임직원의 성과를 고려하여 회사 발행주식을 상여금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무상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상 지급이므로 스톡옵션과 달리 주가가 변동하더라도 임직원이 주식 자체를 이익으로 얻는다. 국내의 사례로는 성과를 기초로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주가 있다.
무상 지급+양도제한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estricted Stock; RS)은 스톡그랜트의 일종으로, 임직원에게 회사의 발행주식을 무상 지급하되 양도제한 등에 관한 조건을 붙인 것을 의미한다. RS는 RSA(Restricted Stock Awards)와 RSU(Restricted Stock Units)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RSA란, 회사가 임직원에게 회사 발행주식을 지급하되 일정한 조건이 성취될 때까지 이를 처분할 수 없도록 양도를 제한하는 형태이다. 국내에서는 RSA의 활용도가 낮다. RSA에 부가되는 주식양도제한 약정의 효력을 회사가 주주에게 주장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여 양도제한을 임직원에게 강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12개사가 RSU 계약 체결
RSU는 일정한 조건(성과, 의무재직 기간의 도과 등)이 성취되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임직원이 회사의 발행주식을 양도받을 수 있는 형태를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2023. 6. 기준 12개 주권상장법인이 RSU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여 일정 조건 달성 시 임직원에게 주식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국내에서는 신주발행 방식보다는 자기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형태의 RSU가 주로 활용된다. 주식회사는 배당가능이익 내에서 일정한 방식에 의할 때만 제한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으나[상법 제341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 제2항], 자기주식의 처분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상법 제342조,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 제4항).
물론 자기주식의 처분이 비교적 폭넓게 허용된다고 하여 회사가 아무런 제한 없이 임직원에게 RSU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개별조건(지급조건, 지급시점, 지급수량 등)을 살펴서 해당 RSU가 상법, 자본시장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제반 법률에 부합하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또 계약 체결 시점과 실제 주식 지급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을 고려하여,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합병, 분할, 주식 분할 등)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규정해 둘 필요가 있다.
회사는 RSU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적법한 내부수권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등기임원에게 지급하는 RSU는 등기임원에 대한 보수라고 해석되기 때문에 정관의 정함이 없다면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상법 제388조).
국내 기업은 대체로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 한도를 정하고 구체적인 액수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그런데 RSU의 가치는 결국 주가와 연동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여하기로 결정한 날에 그 액수를 구체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RSU를 임원의 보수 한도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처리하기보다는 주주총회에서 별도의 안건으로 결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RSU의 부여에 관한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의 경영판단의 결과로서 적법하여야 한다. 등기임원에게 부여하는 RSU는 등기임원의 직무 수행의 대가로서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13308 판결 참조). 그 외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RSU도 과도하다고 보일 경우에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반하는 의사결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제3자에게도 부여 가능
참고로 RSU는 임직원에 대한 보상의 일환으로 고안된 것이기는 하지만, 상법이 자기주식 처분의 상대방을 제한하고 있지 않아 회사가 RSU를 임직원이 아닌 제3자에게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 간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노무제공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회사운영에 대한 기여도와 인센티브 부여의 필요성이 명확하다면 제3자에 대한 RSU 부여 또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는 RSU를 특수관계인에게 부여할 때 대규모 내부거래에 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점검과는 2022. 3. 7. 기존 해석을 변경하여 주식 기준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거래를 하는 경우 그 유형과 무관하게 약정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이사회 의결 및 공시를 하도록 안내한 바 있다.
RSU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규제와 입법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3. 12. 19. 보도자료를 발표하여 주식연계보상에 관한 공시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주권상장법인이 공시할 사업보고서에서는 각종 주식연계보상에 관한 사항을 상세히 기재하여야 한다.
벤처기업 특례 규정
벤처기업의 인재 유인책을 다양화하기 위하여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제16조의17 내지 제16조의19가 신설되었고, 벤처기업은 2024. 7.부터 성과조건부주식교부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위 제도에 따라 RSU를 부여하고자 하는 벤처기업은 법령에 규정된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벤처기업법에 따른 성과조건부주식교부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는 벤처기업이 배당가능이익이 없더라도 순자산액에서 자본금을 뺀 금액까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어서(벤처기업법 제16조의18 제1항) RSU 부여 가능성이 늘어났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벤처기업법에 따라 RSU를 받을 수 있는 임직원은 동법에 따라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는 임직원에 한정되므로 상법 등에 따라서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기존의 방식과 비교하였을 때 RSU를 부여받을 수 있는 임직원의 범위가 좁다. 벤처기업법의 문언상 배당가능이익이 있거나 이미 취득한 자기주식이 있는 벤처기업이라면 성과조건부주식교부계약을 활용하지 않고 기존처럼 상법에 따라 자기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 지급하는 형태의 RSU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임직원에게 기업의 성과를 추구할 수 있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기업의 적극적인 운영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기업은 임직원으로 하여금 단기적인 주가 부양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기업의 가치 상승을 추구하게 하면서도,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유연한 보상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일선 기업의 관심이 큰 RSU 부여 등의 수요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고효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hjko@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