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신간소개]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 기사출고 2024.04.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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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대법관의 《판결 너머 자유》

김영란 전 대법관이 '판결' 시리즈 세 번째 책인, 신작 『판결 너머 자유』를 펴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힘입어 과거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시대에 도래했다고 느끼면서도, 실제로는 많은 사안에서 여론의 향방이 극단적인 대결로 치달아 다양한 목소리가 설 자리는 오히려 좁아지는 모순적 상황의 현실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그 어느 때보다 합의라는 가치와 그 가능성이 절실한 지금, 김 전 대법관이 다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읽으며 서로 상반되지만 각각 합당한 신념들이 공존하는 사회, 불일치의 일치를 이루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지 모색에 나섰다.

◇판결 너머 자유
◇판결 너머 자유

김 전 대법관은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의 책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공적 이성', '중첩적 합의(overlapping consensus)' 등의 개념을 빌어와 무엇보다 '공적 이성'의 산물이자 가장 이성적인 기관인 법원이 중첩적 합의를 끌어내 사회의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첩적 합의란 "벤다이어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중첩하는 3개의 원들에서 모두 일치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세계관, 진리에 대한 신념 등이 다르고, 그 때문에 사고의 논리가 달라도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사회적 질서에 대해 대체로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일단 그 중첩된 부분에 한해 성립시킬 수 있는 합의"를 일컫는 개념이다.

김 전 대법관은 또 다원성을 부인하고 공감이 아닌 동조를 이끌어내는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합당한 다원주의(reasonable pluralism)'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공적 이성'과 '중첩적 합의'와 같은 롤스의 처방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치료해주는 명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제사주재자, 전교조 법외노조, 양심적 병역거부, 성전환자 성별정정, 미성년자 상속 사건 등을 통해 롤스의 이론을 이정표 삼아 우리 법원의 현주소를 성찰한 책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