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3월 28일,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 임대인'을 통해 무자본 갭투자로 다수의 빌라, 다세대주택 등을 사들여 임차인 37명으로부터 80억 3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컨설팅업자 신 모씨에 대한 상고심(2023도18324)에서 신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씨는 임대차계약과 매매(분양)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임차인으로부터 분양대금보다 높은 금액의 전세금을 받아서 이중 일부를 건축주에게 지불하고 남은 돈을 바지 임대인인 A씨, 분양대행업자 등과 리베이트 명목으로 나눠가졌다.
신씨는 재판에서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이 범행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등의 주장을 했으나, 1심 재판부는 신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로서는 건축주 등이 '동시진행 거래'를 한다는 점, 실질적인 매매가격이 피해자들이 지급한 임대차보증금보다 낮다는 점, 임대차목적물을 매수하는 자가 리베이트 등을 받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자라는 점, 거래 과정에 개입한 분양대행업자, 중개업자 등이 법정수수료를 현저히 초과하는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점 등을 알게 되었다면, 건축주 등과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은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는 모두 피해자들에게 고지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피고인, A와 분양대행업자, 중개업자 등은 위와 같은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피해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범행 피해자들의 75% 이상이 사회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경제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20~30대"라고 지적하고, "피해자 37명 중 31명이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였고. 그중 16명은 보증보험으로부터도 변제를 받지 못하여 손해를 그대로 감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신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 등 이 사건의 공범들은 공모관계에 따라 리베이트 등의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기 위하여 비정상적이고 인위적인 동시진행 거래 구조를 형성하여 임차인들인 피해자들로 하여금 해당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도록 하였고, 신의성실의 원칙상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피해자에게 고지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였으므로, 결국 이는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사기죄에서 고지의무나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