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폭우 당시 남매가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의 맨홀에 빠져 사망한 사고와 관련,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허준서 부장판사)가 12월 14일 이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의 책임을 80% 인정, "피고는 유족들에게 모두 16억 4,700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23가합45284). 남매 사이인 A(사망 당시 49세 · 여), B(공인회계사 · 46)씨는 2022년 8월 8일 오후 10시 40분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왕복 2차로 도로를 건너다가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사망했다. 두 사람은 차량을 타고 가던 중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차량을 일시 정차한 다음 대피했으나, 그후 폭우가 소강 상태에 들자 귀가를 위해 위 도로 위를 걷다가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변을 당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맨홀은 하수도의 유지 · 관리를 위하여 출입이 필요한 경우 외에는 보행자 또는 차량이 통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언제나 닫혀 있어야 한다. 특히 강남역 일대 도로에 설치된 맨홀은 맨홀 외부의 물리력에 의하여 맨홀뚜껑이 열릴 가능성뿐만 아니라 폭우가 쏟아질 경우 하수도 내부에서 빗물이 역류하면서 발생하는 수압에 의하여 맨홀뚜껑이 열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므로, 보행자 또는 차량의 통행이 예상되는 이 사건 도로에 설치된 맨홀뚜껑은 빗물의 역류에 의하여 쉽게 열리지 않는 정도로 설치 · 관리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사고 당시 뚜껑이 이탈하여 맨홀이 열려 있는 채로 방치되어 있었으므로 그 자체로 맨홀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맨홀의 설치 · 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이므로, 피고는 도로의 관리청으로서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초구는 "사고 당일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맨홀뚜껑의 개방 또한 폭우로 인한 것이므로, 사고는 천재지변에 의한 것으로서 피고의 예측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어 영조물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영조물책임은 무과실책임이고, 다른 자연적 사실과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영조물의 설치 · 관리상의 하자가 공동원인의 하나가 되는 이상 그 손해는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바(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32924 판결 등 참조), 설령 맨홀뚜껑이 폭우로 인하여 빗물이 역류하면서 발생한 수압에 의하여 열린 것이라고 하더라도, 맨홀이 열린 채 방치되어 있었던 설치 · 관리상의 하자가 있고, 위와 같은 하자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영조물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 당일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던 점, 맨홀의 설치 · 관리상의 하자가 있기는 하였으나 맨홀이 폭우로 인하여 이미 이탈한 상황에서 피고가 즉시 맨홀의 관리 상태를 확인하거나 사고 현장에 출입하여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A, B는 이 사건 도로를 운전하여 지나가던 도중 폭우로 인하여 차량의 시동이 꺼지자 견인차를 부르기 위하여 대피하였으므로,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폭우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들기는 하였으나 배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여전히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어 상태를 식별할 수 없었으므로 A, B가 이 도로에 진입하는 것은 위험하였고, 도로의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서초구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