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완구회사 레고(LEGO)의 상표인 'LEGO'가 포함된 'LEGOCHEMPHARMA'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레고로부터 소송을 당해 상표등록이 무효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1월 16일 레고가 레고켐바이오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 무효청구 소송의 상고심(2020후11943)에서 "등록상표(LEGOCHEMPHARMA)가 그 지정상품에 사용될 경우, 저명상표인 선사용상표(레고)들이 가지는 식별력 즉, 단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이 손상될 염려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 레고켐바이오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 상표의 등록을 받아들인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등록된 상표가 상표법 34조 1항 11호 후단의 '타인의 저명한 상표가 가지는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여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본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 국내 회사인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11월 '레고켐파마(LEGOCHEMPHARMA)' 상표의 등록을 출원했으나, 레고의 이의신청으로 상표등록이 거절되었다. 그러나 레고켐바이오가 상표등록 거절결정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 특허심판원이 레고켐바이오의 불복신청을 받아들이면서 2018년 9월 상표등록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레고가 레고켐바이오의 등록상표에 대해 등록무효 심판청구를 하였고, 특허심판원이 레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2020년 3월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 특허법원이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의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므로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결, 레고켐바이오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상표법 34조 1항 11호는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대해 등록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의 취지는 출처의 오인 · 혼동 염려는 없더라도 저명상표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저명상표에 화체된 고객흡인력이나 판매력 등의 재산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는 '타인의 저명상표가 가지는 특정한 출처와의 단일한 연관 관계, 즉 단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손상시킬 염려'를 의미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13782 판결 참조)"고 밝혔다. 이어 "상표등록 무효심판 청구의 대상이 된 등록상표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에서 규정하는 타인의 저명상표의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등록상표와 저명상표의 동일 · 유사 정도, 저명상표의 인지도와 식별력의 정도, 등록상표의 출원인이 등록상표와 저명상표 사이의 연상 작용을 의도하였는지 여부, 등록상표와 저명상표 사이에 실제 연상 작용이 발생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레고의) 선사용상표들은 완구류 등에 사용되어 온 상표로 이 사건 등록상표 출원 당시 수요자들에게 원고의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저명상표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등록상표의 요부는 'LEGO'이고, 이를 선사용상표들과 대비하여 볼 때 등록상표와 선사용상표들은 유사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피고는 단지 자신이 수행하는 신약 연구 · 개발의 특징을 나타낼 목적으로 'Lego chemistry'라는 용어의 약칭인 'LEGOCHEM'을 포함하는 등록상표를 출원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선사용상표들과 연상 작용을 의도하고 등록상표를 출원했다고 볼 여지가 크고, 등록상표와 선사용상표들 사이에 실제로 연상 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등록상표가 그 지정상품인 의약품류에 사용될 경우, 저명상표인 선사용상표들이 가지는 단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이 손상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앤장이 레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