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집] 16개 분야로 나눠 조명한 2023년 기업법무시장
[리걸타임즈 특집] 16개 분야로 나눠 조명한 2023년 기업법무시장
  • 기사출고 2023.12.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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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로펌 리드…부티크 활약 증대
피터앤김, I&S, 가온, 세경, 선율 주목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사실상 첫 해인 2023년의 한국 기업법무시장은 어땠을까?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과 경기 위축에 M&A나 IPO 등 딜 거래가 아직 본격 회복되지 못하고 있으나, 국제중재나 소송 등 분쟁 쪽에선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대응, ESG와 AI 관련 자문 등 새로운 법률수요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모두 16개 업무분야로 나눠 2023년을 결산하는 기업법무 특집을 마련했다. 최근 1년간 업무실적과 사내변호사 상대 설문조사 결과, 리걸타임즈가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취재 데이터 등을 토대로 업무분야별로 리그테이블을 완성하고, 주요 로펌에서 수행한 의미 있는 딜 또는 사건을 통해 기업법무의 지난 1년을 조명하는 특집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메이저 로펌들이 사건을 주도하며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부티크 등 전문 로펌의 활약이 증가하는 고무적인 모습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중재 분야에 특화한 법무법인 피터앤김, 인사노무 분야의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조세 전문' 법무법인 가온, 해상 분야의 법무법인 세경과 선율 등은 탁월한 전문성을 앞세워 'Tier 1'의 반열에 오른 성공한 부티크들이다.

가급적 많은 로펌과 사건, 딜 등을 소개하려고 했으나, 취재의 한계 등으로 미처 반영되지 못한 로펌과 업무내용 등이 있을 수 있음을 함께 밝혀둔다.

Corporate and M&A

블룸버그(Bloomberg) 집계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누적 한국 M&A 시장에서 총 1,891건, 648억 달러의 거래가 이루어져 2022년 3분기 누적과 비교하였을 때 거래규모 대비 약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 · 2 분기에 비하여 3분기의 경우 거래규모는 소폭 상승하였으나, 저조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자금경색에 투자 연기

금리인상과 IPO 불발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인하여 대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를 연기하였고, 연기금 등 재무적투자자(FI) 등의 안전자산 선호로 인한 보수적인 투자, 매도자와 원매자간의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 차로 인한 딜 중단 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앤장 M&A팀에선 이와 관련,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하기보다는 카브-아웃(Carve-out)을 통한 비핵심 사업 매각이나 계열회사 통폐합 등 내부 경영 안정화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주요 사모투자펀드(PEF)는 기 투자된 포트폴리오 기업가치의 향상이나 투자자금 회수에 중점을 두었으나 높은 가격에 인수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 하락에 따라 매각이 순조롭지 못해 새로운 펀드레이징(fund-raising)이 지연되는 등 M&A 시장 회복에 장애가 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Corporate and M&A 분야 리그테이블(동일 그룹내 가나다순)
◇Corporate and M&A 분야 리그테이블(동일 그룹내 가나다순)

2024년은 어떨까? 고금리나 원재료 상승 등으로 인하여 단기간에 글로벌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M&A 시장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조만간 정상화되어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지역 ·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 말부터는 점차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용 2차전지,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여전히 전략적으로 국내외 관련 업체와 합작회사 등을 설립하거나 메이저 PEF들이 새로운 펀드의 조성 또는 아직 여력이 남아 있는 투자대기자금(Dry Powder)을 바탕으로 새로운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화우, 3분기 누적 M&A 자문 2위

M&A 리그테이블에선 블룸버그 집계 3분기 누적 기준 김앤장이 거래규모, 거래건수 모두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2위 이하에선 순위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법무법인 화우가 거래금액 기준 2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화우는 임플란트 판매량 세계 1위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배주주를 대리해 오스템임플란트 매각에 자문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셀트리온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거래에서 셀트리온에 자문했다. 화우는 3분기 누적 16건, 106억 3,400만 달러의 거래에 자문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매매대금은 2.2조원으로, 매수인인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가 구성한 컨소시엄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로펌들이 기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개최하는 세미나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11월 16일 법무법인 화우가 중동 로펌 알타미미와 공동으로 진행한 '중동 건설분쟁 및 중동 진출을 위한 자금조달 및 법인설립' 세미나. 기업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로펌들이 기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개최하는 세미나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11월 16일 법무법인 화우가 중동 로펌 알타미미와 공동으로 진행한 '중동 건설분쟁 및 중동 진출을 위한 자금조달 및 법인설립' 세미나. 기업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화우에 이어 거래금액 기준으로 법무법인 세종, 광장, 태평양, 율촌의 순서로 많은 거래에 자문했다.

또 거래건수 기준에선 김앤장에 이어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가 2위를 차지하고, 미션, 비트, 세움, 별이 '톱 10'에 든데 이어 KL 파트너스, LAB 파트너스, 디라이트도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M&A 부티크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활약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도 18건, 11억 8,200만 달러 거래에 자문하며 거래금액 기준 8위, 거래건수 기준 12위를 마크했다.

지평 M&A팀은 HSD엔진과 그 대주주인 인화정공을 대리하여 HSD엔진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인화정공의 구주매매 거래를 병행하여 진행한 HSD엔진의 경영권 매각거래에 자문하고, 농협경제지주를 대리하여 하나로마트 판매장 6개의 자산을 농협유통에 현물출자하고 농협유통의 신주를 배정받는 거래에 자문했다. 지평 관계자는 "크로스보더 거래, 바이오 헬스케어,에너지 등 영역별로 전문팀을 구축하여 보다 심도 있는 자문을 제공하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 캄보디아 지사 등 8개 해외지사를 통해 현지 법령과 규제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자문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장리, 외국 자본 투자유치 활약

최경준, 최영익 변호사가 지휘하는 가운데 임석진 미국변호사 등이 외국 자본의 한국내 투자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법무법인 김장리와 최원현 대표변호사에 이어 박우호, 이석현 변호사 등이 포진한 법무법인 KCL, 안식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출신의 김준오 변호사 등의 활약이 돋보이는 법무법인 클라스한결도 M&A 거래의 전통적인 강자로 분류된다.

KCL은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이 (주)퍼시픽패키지의 지분 60%와 경영권을 프랑스의 포장재 기업 오타종(Autajon)에게 매각하는 거래에 자문하고, (주)아모레퍼시픽이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TATA HARPER)를 운영하는 Tata's Natural Alchemy의 지분 100%를 역삼각합병(reverse triangular merger) 방식으로 인수하는 내용의 거래와 관련하여 거래 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2차전지 동박 제조 기술력을 보유한 SK넥실리스가 유럽 최대 2차전지 제조사인 스웨덴의 노스볼트와 체결한 1조 4,000억원 규모의 동박 공급 계약과 관련하여 SK넥실리스에 자문했다.

KCL, 외국계 기업 자문 활발

KCL은 이외에도 미 Northern Light Venture Capital의 AI, Tech 관련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 자문, 스페인 방산업체 Indra Sistemas의 방위사업청과의 방산계약 관련 자문 등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활발하게 자문하며,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을 대리하여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의 회생절차에 대한 자문도 제공하고 있다.

김앤장은 거래규모가 6조 5천억원에 이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에스케이온과의 미국 합작회사 설립, 현대자동차그룹의 엘지에너지솔루션과의 미국 합작회사 설립(거래규모 5조 7천억원),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2조 7천억원), MBK파트너스의 메디트 인수(2조 4천억원) 자문 등 조 단위의 빅딜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합작거래에서 상대방인 엘지에너지솔루션 측 자문사는 법무법인 광장으로, 이 거래는 국내 최대의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북미 첫 번째 전기차 전용공장에 납품할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 사례이자 향후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장기적인 협업 가능성을 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래로 평가된다. 광장은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을 위하여 General Motors 그룹과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미국 소재) 설립, Stellantis N.V.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캐나다 소재) 설립, Honda Motor Co., Ltd.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미국 소재) 설립 등 LG에너지솔루션이 자동차 제조회사들과 체결하는 주요 JV 거래에 자문했다.

법무법인 세종에선 IMM Credit Solution이 KT에서 물적 분할을 통하여 설립된 KT클라우드에 투자하는 거래에 자문한 것이 먼저 소개된다. KT클라우드 설립 후 실질적인 첫 투자유치이자, IPO를 기본적인 투자금 회수(Exit) 방안으로 하되, IPO가 되지 않거나 적정가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다른 보완책까지 추가한 투자구조로 진행되었다.

세종, 카카오엔터 1.2조원 투자유치 자문

또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세미파이브가 시리즈 B 투자 유치(약 1,300억원)에 이어 투자금을 기반으로 미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인 Analog Bits를 인수한 거래에 자문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대리하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및 싱가포르투자청(GIC) 관련 펀드로부터 총 1조 2,000억원 상당의 투자(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를 유치하는 거래에 자문했다. 세종 관계자는 "카카오엔터 거래는 국내 콘텐츠 기업의 역대 해외투자 유치 사례 중 최대 규모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지분도 인수하는 등 K-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관심이 카카오엔터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은성욱, 신영수 변호사가 부문장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의 M&A팀에선 율촌이 자랑하는 조세 및 공정거래팀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한화그룹이 5개 계열회사를 통하여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 약 2조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거래에서 한화그룹에 자문한 것이 율촌이 수행한 대표적인 딜로 소개된다. 또 Bain Capital의 클래시스 인수 거래에서 매도인 측에 자문하고, 이후 클래시스의 주식회사 이루다 지분 인수 및 콜옵션 거래에 자문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자문사례 중에선 매각 측인 한국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을 대리하여 한화그룹이 국내 2위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주식 49.3%을 인수하는 거래에 자문한 것이 먼저 소개된다. 또 전 세계 동박 시장 4위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가 경영권 지분을 2조 7천억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한 거래에서 일진머티리얼즈에 자문하고, 싱가포르계 인프라 펀드인 Keppel Capital이 국내 대형 폐기물 처리 업체로 유명한 EMK(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및 그 계열회사들을 인수하는 거래에서 Keppel Capital에 자문했다. 인수금액이 약 7,600억원으로 Keppel Capital은 이번 거래를 통해 국내 M&A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