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흉기 쥔 줄 착각해 주먹 강제로 편 복싱 코치 무죄
[형사] 흉기 쥔 줄 착각해 주먹 강제로 편 복싱 코치 무죄
  • 기사출고 2023.12.0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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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법 16조 법률의 착오 해당"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월 2일 손에 흉기를 쥐고 있다고 착각해 10대 회원의 주먹을 강제로 펴 상해를 입혔다가 기소된, 서울 성북구에 있는 복싱클럽 코치 A씨에 대한 상고심(2023도10768)에서 A가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 A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형법 16조는 '법률의 착오'란 제목 아래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는 2020년 11월 4일 회원인 B(당시 17세)를 폭행해 B에게 전치 약 4주의 왼손 넷째손가락 중위지골 골절을 가한 혐의(상해)로 기소됐다. A가 코치로 근무하는 복싱클럽에 부모에 의해 회원으로 등록된 B는, 11월 4일 회원 등록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관장인 C(33)씨에게 "어른에게 눈 그렇게 뜨고 쳐다보지 말라"는 질책을 들었다. B는 클럽을 나갔다가 관장으로부터 들은 위 말에 화가 나 다시 클럽으로 들어와 "내가 눈을 어떻게 떴냐"며 C에게 항의했고, 이에 화가 난 C는 B의 멱살을 잡아당기면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고 하고, 출입문밖 복도로 밀고 나간 후 몸통을 양팔로 꽉 껴안아 들어 올리고, 몸을 밀어 바닥에 세게 넘어뜨린 후 목을 조르거나, 누르고, 옆굴리기를 했다.

A는 C와 B가 몸싸움하던 것을 지켜보던 중 B가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휴대용 녹음기를 꺼내어 움켜쥐자, 이를 위험한 물건으로 착각해 빼앗기 위해 B의 왼손을 잡아 쥐고 있는 주먹을 강제로 펴게 하면서 B에게 왼손 넷째손가락의 골절을 입혔다.

대법원은 "C · 피고인의 나이와 직업, 피해자(B)의 나이 · 지위 등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공소사실 기재 당시 C와 피해자는 외형상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왼손 주먹을 강제로 펴게 할 당시에 C가 피해자를 제압한 상태였다고 보더라도, 피해자도 복싱클럽에 다닌 경험이 있는 등 상당한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며, 그 직전까지도 C와 상호간 몸싸움을 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고, 그 경위를 보더라도 피해자가 C로부터 질책을 들은 다음 약 1시간이 경과된 후 복싱클럽을 다시 찾아와 강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C와 몸싸움까지 하게 된 것으로, C · 피해자 사이의 몸싸움은 일시적 ·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가 C에 대한 항의 내지 보복의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계획적 · 의도적으로 다시 찾아옴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더구나 당시 위 복싱클럽의 코치로서 관장과 회원 사이의 시비를 말리거나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위치에 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둘 사이의 몸싸움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특정한 물건을 움켜쥔 채 꺼내는 것을 목격하고서, 이를 피해자가 상대방의 생명 ·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것으로 충분히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움켜진 물건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C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고, "당시 피고인의 행위는 적어도 주관적으로는 그 정당성에 대한 인식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