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0월 26일 교실 칠판의 레드카드 옆에 학생의 이름표를 붙였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전주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22헌마1119)에서 "기소유예처분은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A는 교실 칠판에 레드카드를 붙이고 수업시간에 잘못한 아동들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인 후 이름표가 부착된 아동들로 하여금 방과 후 A와 함께 교실 청소를 한 후 하교하도록 했다.
A 학급 소속 학생이었던 B는 2021년 4월 20일 수업 중간에 먹다 남은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냈다. 이에 A가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B가 계속해서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A는 B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레드카드를 받은 B는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A는 B에게 하교하라고 했다.
B의 어머니의 신고로 수사가 개시되어 '교사로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임에도, 2021. 4. 20. 교실에 레드카드가 있는 곳에 피해아동(B)의 이름표를 붙이고, 수업종료 후에도 피해아동을 하교시키지 아니하고 남긴 후 약 14분간 교실 청소를 시켜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A가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레드카드 제도가 청구인과 학생들 사이의 약속이었다고 하는 청구인의 진술, 전라북도교육행정심판위원회가 청구인의 레드카드 제도 운영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청구인은 학생들 일반에 대하여 교육적 목적으로 레드카드를 주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A씨가 레드카드 옆에 B의 이름표를 붙인 행위가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은 낙상사고, 학교폭력 피해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건도 경험했으므로, 피해아동이 2021. 4. 21.부터 결석하고, 2021. 10. 29. 야경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게 된 것이 레드카드에 기인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건에 기인했는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가 B를 하교시키지 않고 남긴 후 14분간 교실 청소를 시킨 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A는 피해아동에게 방과 후 남아서 청소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다만, 청구인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레드카드 제도는 자신과 학생들 사이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피해아동이 명시적인 지시 없이도 방과 후 교실에 남아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재판부는 "반면, 피해아동은 레드카드를 여러 번 받았는데 레드카드를 받은 각 정황에 대하여 구분하지 않고, 2021. 4. 20. 청구인으로부터 어떠한 명시적인 지시를 받았는지에 관하여 진술하지 않아서, 피해아동의 진술만으로는 피해아동이 2021. 4. 20. 청구인으로부터 남아서 청소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의 어머니는 사건 이후 학교를 찾아가 반복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가 학교장으로부터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는 조치를 받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올 9월 14일 B의 어머니의 이같은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달리 B의 어머니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학교장의 조치에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2023두37858).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