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투자받으며 '연구개발 제품 미등록시 투자금 전액 반환' 약정 무효
[상사] 투자받으며 '연구개발 제품 미등록시 투자금 전액 반환' 약정 무효
  • 기사출고 2023.08.1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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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회사 자본적 기초 위태롭게 해…주주평등원칙 위반"

주식회사가 투자를 받으면서 연구개발 중인 제품을 일정 기한 내에 국가기관에 등록하지 못한 경우 투자계약을 무효로 하고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약정했다. 대법원은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하는 약정으로,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결했다.

A씨 등 3명은 비료, 농약, 살균 · 살충제의 제조 · 판매업체인 B사가 발행하는 종류주식 16만여주를 2억 4,900여만원에 인수하는 투자계약을 B사와 체결하고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했다. 투자계약에는 'B사가 연구 · 개발 중인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에 대해 2019. 10.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제품등록을 하고 2019. 12.까지 조달청에 조달등록을 하되, 그 기한은 B사와 B사의 대표 겸 대주주인 C씨의 요청에 따라 A씨 등이 동의한 경우 1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고, 약정 기한 내에 제품등록과 조달등록이 불가능한 경우 투자계약을 즉시 무효로 하고 투자금 전액을 즉시 반환하여야 한다'(1조 1항 6호)는 내용이 포함됐다. C씨는 B사의 이해관계인과 연대보증인으로서, B사의 주주로서 연구 ·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D씨는 B사의 연대보증인으로서 투자계약서에 각 날인했다. 

그러나 B사는 투자계약 1조 1항 6호(이 사건 조항)가 정한 기한 내에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에 대한 제품등록과 조달등록을 마치지 못했고, A씨 등으로부터 기한 연장에 관한 동의도 얻지 못했다. 이에 A씨 등 3명이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B사와 C, D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사 등이 투자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B사의 기존 주주 전원이 이 투자계약 체결에 동의했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을 맡은 수원고법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은 원고들의 투자금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다른 주주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B사의 기존 주주 전원이 동의했더라도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원고들과 C, D 사이의 계약 부분에도 주주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어 이 사건 조항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도 7월 27일 "이 사건 조항은 원고들과 B사의 법률관계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2022다290778).

대법원은 "회사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면서 주주 전원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경우 그 효력에 관해서는, 주주평등의 원칙 및 그 위반에 따른 무효 취급과 예외적 허용의 취지, 즉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 및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므로, 주주 전원의 동의에 따라 이루어진 차등적 취급 약정이 상법 등 강행법규에 위반하지 않고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내의 것이라면 사안에 따라서 그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주주에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취지의 금전지급약정은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하고 주주로서 부담하는 본질적 책임에서조차 벗어나게 하여 특정 주주에게 상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초과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법질서가 허용하지 않는 강행법규 위반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효력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 회사(B사)가 연구 · 개발 중인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에 대하여 약정 기한 내 질병관리본부에 제품등록 등을 하지 못한 경우에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이 사건 조항은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하여 회사와 주주 등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어서, 설령 피고 회사의 기존 주주들 전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들과 피고 회사의 법률관계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기존 주주 전원의 동의와 주주평등의 원칙 적용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C, D에 대한 부분은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고들과 C, D가 체결한 계약 부분에는 주주평등의 원칙이 직접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항이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의 법률관계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라 하더라도, 원고들과 C, D 사이의 법률관계에서도 당연히 이 사건 조항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C가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부담하는 투자금 반환의무가 피고 회사의 투자금 반환의무에 부종하는 연대보증채무인지 아니면 피고 회사의 투자금 반환의무와 독립하여 부담하는 연대채무인지 등을 살핀 다음, 그에 따라 C, D가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부담하는 투자금 반환의무의 존재 여부를 심리 ·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