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필로폰 소지 범죄 일시 '2021. 11. 하순 20:00쯤'으로 적었어도 방어권 침해 아니야"
[형사] "필로폰 소지 범죄 일시 '2021. 11. 하순 20:00쯤'으로 적었어도 방어권 침해 아니야"
  • 기사출고 2023.08.1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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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 기재면 족해"

필로폰을 소지했다는 공소사실의 범죄 일시를 '2021. 11. 하순 20:00쯤'으로 다소 개괄적으로 적었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22년 4월 4일 23:00쯤 대구 남구에 있는 식당 앞에서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필로폰을 무상으로 수수하고, 사흘 뒤인 4월 7일 22:00쯤 위와 같이 수수한 필로폰 중 약 0.05g을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생수로 희석한 다음 혈관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투약하는 등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소지 · 수수 · 투약하거나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여러 공소사실 중 '2021. 11. 하순 20:00경 대구에서 필로폰 불상량을 소지했다'는 혐의를 문제 삼았다. A씨는 해당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사실에 나온 일시 · 장소에서 필로폰 불상량을 소지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 6월과 약물치료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등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도 7월 27일 A씨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23도6256)에서 "원심판결에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해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다. 

형사소송법 254조 4항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2도2939 등)을 인용, "여기서 범죄의 일시는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는 정도로 기재하면 되며, 이와 같은 요소들에 의하여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데에 있으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다"며 "따라서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의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더구나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또한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필로폰을 소지하였다는 공소사실의 범죄 일시가 '2021. 11. 하순 20:00경'으로 다소 개괄적으로 표시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범행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제보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 그 일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제보자의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마약류 소지 범죄의 특성에 비추어 그 범죄 일시를 일정한 시점으로 특정하기 곤란하여 부득이하게 개괄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부분은 범행 장소의 적시를 통해 다른 범죄사실과 구별될 수 있고, 그 일시가 비록 구체적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더라도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이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