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월 13일 현대자동차와 완성차통합위탁계약을 체결한 현대글로비스에 완성차량 출고 전 사전점검과 치장, 차량의 고객인도 지원업무 즉, PRS(Pre-Release Service) 업무를 제공하는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44명이 "현대차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으므로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거나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며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다275885)에서 "원고들과 피고 현대차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차는 2013년 11월 현대글로비스와 완성차량의 운송, 완성차량 출고 전 사전 점검과 차량의 고객인도 지원업무를 위탁하는 완성차통합위탁계약을 맺었으며, 치장(置藏)이란 완성차가 출고센터에 도착하면 이를 야적장에 옮겨 주차한 다음(출고센터에 이동한 다음) 출고의 용이성 등을 위해 해당 차량의 위치를 전산으로 등록하는 업무를 말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PRS 업무와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하였던 PDA는 치장 시 차량의 이상 유무 및 차량의 위치를 저장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뿐, 별다른 지시 기능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치장장의 규모 등에 비추어 보면 치장 시 이러한 PDA 활용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PDA의 지급 · 활용이 피고의 상당한 지휘 · 명령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제공한 인수점검 매뉴얼, 체크시트, 차량설명서 등은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도급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표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들 수행 업무의 세부적인 방식을 지시 ·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들의 위 인수점검 매뉴얼 등 준수 여부를 따로 확인하였다거나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불이익 등을 부과하였다고 볼 만 한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협력업체 사무실 등에서 자동으로 출력되는 PRS 작업확인서 등에는 차종, 차대번호, 계약자, 출고일시, 탁송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어서 이는 도급인으로서 하수급인에 대한 업무 요청으로 평가할 수 있고, 협력업체가 위와 같은 PRS 작업확인서 등의 출력 순서 등에 구속되어 PRS 업무를 진행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본인 인수, 대리인 인수, 대리점 인수, 일반 탁송과 같은 우선순위만 정해져 있었을 뿐, PRS 업무 진행 순서나 방법 등에 관하여는 협력업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 직원들의 결재가 있는 일일 업무일지 등에는 점검 대상 차량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문제 차량, 문제 내용 및 처리결과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이는 도급 결과의 보고 및 이에 대한 확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들 주장의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 수행에 있어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협력업체는 소속 직원의 채용 여부, 직원의 자격조건, 채용 면접 등을 스스로 정해서 시행하였고,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권, 근태관리권, 작업배치권, 근무편성 등에 관하여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피고가 위와 같은 채용이나 근태관리 등에 직접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지적하고, "협력업체의 업무 범위는 현대글로비스와 협력업체가 맺은 도급계약에 따라 구체적으로 한정된 것으로 보이고, 협력업체가 지급받는 도급비는 해당 월에 실제 처리한 차량 대수에 계약단가를 곱하여 산정한 금액으로 보이며, 협력업체는 독립적인 기업조직을 갖추고 오랫동안 PRS 업무를 담당하여 왔기에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협력업체가 필요한 자재를 자체적으로 직접 구매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 실질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1심부터 현대차를 대리했으며, 항소심과 상고심에선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함께 대리했다. 원고들은 김기덕 변호사 등이 대리했다. 피고보조참가한 현대글로비스는 법무법인 지평이 1, 2심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