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도중 도로를 점거했어도 적법한 집회신고에 따른 것이라면 교통방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유재길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민노총 간부 12명은 2019년 11월 9일 민주노총이 서울 마포대교 남단에서 개최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9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오후 5시부터 8시 20분까지 약 3시간 20분간 국회의사당 정문 앞 도로 양방향 8차로를 점거한 채 조합원 약 1만명과 행진해 육로 교통을 방해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기소됐다. 또 국회 정문 진입을 막는 경찰들의 방패와 진압복을 잡아당기고 장비를 뺏는 등 경찰관을 폭행해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는 무죄라고 보고 특수공무집행방해만 유죄로 판단, 윤 부위원장과 유 전 부위원장 등 3명에게 각 벌금 600만원, 다른 간부들에게는 벌금 400만원, 300만원을 선고했다.
형법 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회 정문 앞 도로의 교통 통제 상황은 민주노총 측이 적법한 집회신고에 의하여 이 도로 전 차로에서 집회와 시위를 진행함으로써 옥외집회 신고서에 기재한 집회 및 행진 종료 시간 무렵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이 도로에서 당초 예상하지 못한 교통방해가 비로소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들을 포함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의 충돌 이후 옥외집회 신고서에 기재한 집회 및 행진 종료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18:20경 해산한 이상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당초 예상되었던 교통방해 시간이 예상과 달리 장기화 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측이 영등포경찰서에 신고한 집회와 행진 장소에는 국회 정문 앞 도로 전 차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도 6월 1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일반교통방해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3279).
법무법인 여는이 1심부터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