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DRAM 설계 담당한 삼성전자 전 연구원, 美 마이크론 전직 불가"
[민사] "DRAM 설계 담당한 삼성전자 전 연구원, 美 마이크론 전직 불가"
  • 기사출고 2023.06.2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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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가처분 인용…"전직금지 2년 과도하지 않아"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재판장 임해지 부장판사)는 5월 24일 삼성전자가 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가처분 신청(2022카합21499)을 받아들여, "A씨는 2024. 4. 30.까지, 마이크론과 그 각 영업소, 지점, 연구소, 사업장 또는 그 계열사에 고용 또는 파견되어 근무하거나, 자문계약이나 고문계약, 용역계약 체결 등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이 회사가 수행하는 DRAM의 연구 내지 개발 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결정했다. 또 A씨가 이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삼성전자에 위반행위 1일당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그대신 삼성전자에게는 5,000만원의 공탁 또는 이 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보험증권의 제출을 명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삼성전자를, A씨는 법무법인 태림이 대리했다.

199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A씨는 선임연구원과 책임연구원, 수석연구원을 거쳐 2018년 6월부터는 핵심적인 기술 정보에 보다 넓은 접근권한을 부여받는 상위 직급인 PL(Project Leader)로 근무하면서 약 24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DRAM 설계 업무를 담당하다가 2022년 4월 30일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약 3개월 뒤 마이크론의 일본지사에 입사했다. 2023년 4월 30일부터는 미국에 있는 마이크론 본사에 재직 중이다. 이에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한 삼성전자가 전직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A씨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A씨는 퇴사하면서 '퇴사 후 2년간 채권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를 창업하거나 경쟁업체에 취업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영업비밀 등 보호서약서를 작성해 회사 측에 제출했으며, 삼성전자가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채무자(A)는 채권자 회사(삼성전자)에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DRAM 설계 업무를 담당하면서 채권자 회사의 DRAM 개발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경험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채권자 회사가 축적해 온 기술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채무자는 또한, 위와 같은 DRAM 설계 업무뿐만 아니라 선임, 수석연구원을 거쳐 PL(제품 개발, 관련 기술 연구 등을 총괄하는 직책)로 근무하는 과정에서 채권자 회사의 DRAM 장기 개발계획(로드맵)의 수립 및 운영에도 관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채권자 회사의 DRAM 설계 기술과 장기 개발계획 관련 정보들은 채권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로서 그 구축과정에서 채권자 회사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 시행착오 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정보들이 마이크론 등의 경쟁업체에 유출될 경우 경쟁업체는 채권자보다 적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DRAM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되어 채권자에게 손해를 가져다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게 A씨와 맺은 전직금지약정을 통해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두 회사는 DRAM 산업분야의 주요 경쟁 상대로, 삼성전자는 DRAM 산업분야에서, 2022년도 1분기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42.7%로 1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3위에 해당하는 24.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재판부는 이어 "DRAM과 같은 반도체 관련 분야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업체의 범위가 어느 정도 한정되는 점, 채권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 사이에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에 있어 상당한 격차가 있는데, 그러한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의 유출 방지가 필요한 점, 반도체 관련 기술의 개발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기는 하나, 채무자가 지득한 채권자 회사의 DRAM 설계 기술과 장기 개발계획 관련 정보들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용한 정보로서 활용가치가 있고, 그러한 기술이나 정보가 유출될 경우 채권자의 유 · 무형적 손실과 그로 인해 경쟁업체들이 얻는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손해배상이나 위반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인 구제수단만으로는 채권자의 손해가 충분히 전보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의 전직금지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거나 전직금지기간이 과도하게 장기간이라고 볼 수 없고, 채권자의 기술 및 경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라고 판단된다"며 "전직금지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퇴직을 희망한 A씨에게 1억원의 특별인센티브를 제안하는 한편, 해외근무기회 제공, 사내 대학원(AD) 부교수직 보임, 1~2년분 연봉에 해당하는 전직금지 약정금 지급 등을 제안했으나, A씨는 이를 모두 거절했다. 삼성전자는 A씨에게 2019. 7. 2. 2,000만원, 2020. 7. 7. 2,000만원, 2021. 6. 28. 1,500만원의 각 특별인센티브를 지급하여 A씨의 퇴직 직전 3년 동안 합계 5,500만원의 특별인센티브를 지급했는데, 위 특별인센티브에 관한 약정 내용에는 '적어도 퇴직 후 2년간은 동종 · 유사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특별인센티브 상당액을 위약벌로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위 동종 · 유사업체에는 마이크론이 포함되어 있다. A씨는 위와 같이  2022. 4. 30. 퇴직하기에 앞서 3년 동안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OPI(Overall Perfromance Incentive), TAI(Target Achievement IncentiveI) 등의 성과급과는 달리 전직금지의 대가로 볼 여지가 있는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받았다. 

재판부는 "채무자가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로 제공받은 것은 없으나,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전직금지약정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금전보상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전직금지약정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30나노 이하급 D램에 해당되는 설계 · 공정 · 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 제2조 제1호 가목, 제9조 및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별표에서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 · 고시되었고, 산업기술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 · 관리하고 있는 대상기관의 장은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핵심기술을 취급하는 전문인력의 이직 관리 및 비밀유지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반도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전직금지약정이 채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효라고 볼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보전권리가 소명되고, "채무자가 마이크론의 일본 지사를 거쳐 현재 마이크론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바, 채무자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능력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이미 유출된 정보에 대한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점, 채권자가 본안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판결 확정 전에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의 전직금지기간이 도과될 개연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문과 같은 처분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