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현대重, 하도급 업체에 일방적 단가인하…1.6배 배상하라"
[손배] "현대重, 하도급 업체에 일방적 단가인하…1.6배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0.11.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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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하도급법 위반 인정

현대중공업이 엔진부품을 공급하는 하도급 업체에 일방적으로 단가를 10% 인하했다가 1.6배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에 대해선 3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다.

울산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용두 부장판사)는 10월 28일 현대중공업에 힘센엔진용 실린더 헤드, 피스톤 등의 엔진부품을 개발, 제조하여 공급하고 있는 S기계가 "일방적 단가인하로 인한 손해 등을 배상하라"며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26457)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일방적 단가인하로 인한 손해배상금 5억원, 미지급 물품대금 260,370,000원과 지연이자 등 8억 3,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위민이 현대기계를, 현대중공업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2월 16일 '2016년도 위기극복을 위한 협력사 간담회'를 열고 S기계를 포함한 50여개의 하도급업체의 대표들에게 '단가인하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 협력업체 및 중국업체와 무한 경쟁을 통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12월 24일 S기계의 담당자에게 2016년 1∼6월 하도급거래 모든 품목에 10%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2016년 상반기 단가계약서에 10% 인하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하도급대금을 기재하여 S기계에 송부한 후 그 하도급 대금을 그대로 지급하자, S기계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이라며 단가인하에 따라 감액된 305,064,000원의 3배인 915,192,000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S기계는 또 실린더 헤드 113개를 납품하고도 받지 못한 미지급 물품대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4조는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조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 부당하게 목적물등과 같거나 유사한 것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하거나 하도급받도록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35조 1항은 "원사업자가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진다", 35조 2항은 "원사업자가 4조를 위반함으로써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하는 하도급거래 품목의 총 공급대금을 10% 절감하기로 한 다음 2016. 1. 1.부터 2016. 6. 30.까지 원고가 피고에게 납품하는 모든 품목들을 10% 인하율을 적용하여 공급대금을 조정하였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단가인하는 각 품목별로 단가인하 요인에 대한 개별적 검토를 거쳐 그 인하율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원고에게 지급할 공급대금의 절감 목표를 미리 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하여 모든 품목에 단가인하율을 사실상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2015. 12. 16. 개최된 <2016년도 위기극복을 위한 협력사 간담회>에서 각 하도급업체들의 대표들이 함께 모여 피고의 담당자로부터 단가인하 내용을 들었고 이에 대하여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나 위 간담회는 간담회 개최 예정일 이틀 전에 피고의 일방적인 통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간담회 직후인 2015. 12. 24. 단가인하를 확정하는 내용의 공문이 오고 간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과정에서 하도급업체에 따라 품목별로 개별적 단가인하 요인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2016년 상반기 개별계약 체결 직전에 피고가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개최하여 하도급업체들에게 단가인하가 이루어질 것임을 통보하고 이에 따른 별다른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인하된 단가를 적용하여 2016년 상반기 거래에 관한 개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이 사건 단가인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단가인하는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하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간주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하도급법 제35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하도급법 제4조 위반행위에 의하여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액은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이 없었다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사적 자치에 의하여 결정되었을 하도급대금(정상 하도급대금)과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에 의하여 정상 하도급대금보다 낮게 결정된 하도급대금의 차액"이라고 지적하고, 단가인하금액 305,064,000원을 원고의 손해로 인정했다. 이어 하도급법 35조 2항의 취지가 이익탈취적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행위의 경제적 유인을 제거함으로써 해당 불공정행위가 관행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가중된 배상액을 통하여 잠재적 불공정행위를 예방적으로 억제하고자 함에 있는 점, 반면 피고도 당시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수주절벽과 구조조정 등으로 상당히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위와 같은 단가인하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 피고의 배상액을 5억원으로 정하고, 실린더 헤드 113개 중 무상 납품 약정분 13개를 뺀 100개에 대한 미지급 물품대금과 지연손해금 등을 더한 8억 3,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