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군부대 행정보급관 맡아 과로로 뇌출혈…공무상 재해"
[행정] "군부대 행정보급관 맡아 과로로 뇌출혈…공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20.11.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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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업무량 증가로 기존질환인 뇌동맥류 급격히 악화"

군부대 살림을 책임지는 '행정보급관'을 맡았다가 과로로 뇌출혈이 발병한 군인에게 공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6월 25일 행정보급관을 맡았다가 뇌출혈이 발병한 A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71608)에서 "공무상요양비 지급불가 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상사로 진급한 2016년 8월경부터 2018년 2월경까지 1년 6개월간 육군 사단의 중대 행정보급관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2월 11일부터 궤도차량수리관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3월경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대학병원으로 후송되어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가 국방부에 공무상요양비를 청구했으나 '원고가 초과근무한 시간이 월 평균 50시간에 미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질환인 지주막하출혈과 과로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상사로 진급한 직후 소속 부대 행정보급관으로 보직되어 인사 · 군수 · 정보 · 작전 · 교육분야에서 부대 병력관리, 주둔지 환경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시로 초과근무를 했고, 행정보급관으로 근무하는 기간 동안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진급 직후 행정보급관 직책을 수행하게 된 데 따른 부담감과 두통을 호소했다. A씨는 2018년 1월경 소속 부대에서 실시하는 신인성검사 결과 '현재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로 지쳐있음'이라는 내용이 나타나 2018년 2월경 종래 수행하던 행정보급관이 아닌 궤도차량수리관으로 보직되었으나, 해당 부대 행정보급관으로 보직된 A씨의 후임자가 준사관을 지원하여 그 시험을 준비하게 됨에 따라 궤도차량수리관으로 보직된 이후에도 2018년 2월 말경까지 계속하여 소속 부대 행정보급관 임무를 함께 수행하게 됐다. A씨의 소속 부대는 2018년 2월 중순경 혹한기 전술행군 훈련을 실시하였고, 이에 따라 당시 행정보급관 임무를 수행하던 A씨가 훈련을 준비하고 진행했다. A씨는 이어서 2018년 2월 22일과 23일, 25일, 26일 각각 당직근무를 실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지주막하출혈(이 사건 질병)은 원고의 기존질환인 뇌동맥류가 공무수행 중 업무량 증가 등으로 유발된 육체적 ‧ 정신적 과로로 인하여 현저하게 악화된 데 따라 나타난 것으로서 구 군인연금법 제30조의5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공무상요양비 지급불가 결정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종래 뇌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었는데, 소속 부대 행정보급관으로 보직된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감과 함께 두통을 호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행정보급관 보직 이후 처음 받은 건강검진에서 전년도와 비교하였을 때 수축기혈압이 110mmHg에서 130mmHg로, 이완기혈압이 72mmHg에서 80mmHg로 각각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며 "이처럼 원고는 행정보급관으로 보직된 이후 육체적 · 정신적 과로가 계속되어 큰 폭으로 혈압이 상승한 데 따라 기존질환인 뇌동맥류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여러 책임을 부담하면서 초과근무를 반복하는 행정보급관 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한 결과, 2018. 1.경에는 정신적 과로로 피로가 누적되었음이 드러났음에도 소속 부대의 인력 상황으로 인하여 그때까지 수행하던 행정보급관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2018. 2. 11. 궤도차량수리관으로 보직됨에 따라 궤도차량수리관과 행정보급관 업무를 병행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이 사건 질병 이전 4주 이내의 기간에 원고의 업무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었다"고 지적하고, "특히 원고가 궤도차량수리관과 행정보급관 업무를 병행하던 기간 중 소속 부대가 혹한기 전술행군을 준비하고 실시하게 되어 원고의 업무는 더욱 가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행정보급관으로서 혹한기 전술행군에 동참한 원고는 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등 혹독한 작업환경을 경험하게 되었고, 원고는 혹한기 전술행군에 뒤이어 여러 날 당직근무를 맡기도 하였으며, 이처럼 단기간에 가중된 업무와 혹독한 작업환경을 겪으면서 원고는 상당한 육체적 ‧ 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었고, 이는 뇌동맥류 파열의 대표적인 위험인자 중 하나인 고혈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