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공황장애로 극단적 선택…40% 배상하라"
[손배]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공황장애로 극단적 선택…40%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0.04.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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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사망과의 인과관계 인정 가능"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로 공황장애를 얻은 3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법원은 엘리베이터 관리업체 측에 40%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4월 2일 한 엘리베이터 관리업체의 보험사인 DB손해보험이 이 업체가 관리하는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로 공황장애를 얻어 극단적 선택을 한 A(여 · 사고 당시 37세)씨의 부모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A씨의 부모는 손해를 배상하라며 각각 제기한 소송(2018가합521791, 2020가합501042)에서 DB손해보험의 책임을 40% 인정, "DB손해보험은 A씨의 부모에게 2억 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6년 10월 5일 오후 9시쯤 B사가 관리하는,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게임개발회사에 다니는 A씨는 엘리베이터의 고장으로 약 15분간 갇힌 상태에서 기절하였다가, A씨와 함께 근무하던 동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구조되었다. A씨는 이 사고 이후 지하철을 탈 때마다 숨이 차 답답하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은 증상이 반복되자 병원에서 공황장애 등 진단을 받고 통원 치료를 받다가 엘리베이터 사고를 당한 지 약 6개월 지난 2017년 4월 17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B사와, 엘리베이터 사고로 인한 배상책임에 대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DB손해보험이 보험금 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A씨의 부모도 "엘리베이터 정지 사고는 B사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며 맞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탑승한 엘리베이터는 평소에도 멈추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였고, 비상호출벨이 작동하지 않거나 통화 음성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는 사고가 다시 발생하였고, 119구조대가 A씨를 구조할 때까지 관리업체인 B사 측에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였다"며 "B사 측에 과실이 있음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이 사고로 발생한 공황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B사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B사는 민법 750조에 따라 A씨와 그 유족인 피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원고는 (B사와 맺은) 보험계약에 따라 그 손해액에 상응하는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DB손해보험은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는 사고로 이용객이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A씨의 자살로 발생한 손해는 특별손해에 해당하고, B사에서 이를 일반적, 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없었음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정지함으로써 폐쇄된 공간에 갇히게 된 탑승자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낙상이나 추락으로 인한 사상 사고와 함께 엘리베이터 이용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보인다"며 "자살에 이를 정도로 심한 공황장애가 발생한 이 사건이 다소 특수한 사례임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엘리베이터 유지 · 보수 업무를 영위하는 B사 측에서 '알 수 있는 손해'에 포함된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엘리비에터 정지사고로 이 사건과 같이 심한 공황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고, A씨가 갖고 있던 특별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DB손해보험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이 사고 발생 이전에도 우울한 감정을 느끼거나 공황발작 유사증상을 2회 겪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