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 얼마 전 모임에서 다른 남성을 만나 재혼을 고려 중이다. 내 앞으로 아파트 한 채가 있고 상대방도 지방에 땅이 있다. 3년 전 이혼하겠다고 할 때는 부모님 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했던 아들이 재혼하겠다고 하자 반대하고 있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상속을 신경 쓰는 것 같다. 나도 재산 문제 때문에 혼인신고가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재혼을 원하지만 내가 모은 재산은 아들에게만 주고 싶다.(60대 여성)
한국가정법률상담소 2019년 상담통계 분석
유언 · 상속에 대한 상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3월 11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전체 면접상담에서 유언 · 상속에 대한 상담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전인 2009년에는 2.1%(184건)였으나 5년 전인 2014년에는 6.3%(1,010건),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15년에는 8.1%(1,811건), 2016년에는 10.1%(2,239건), 2017년에는 10.1%(2,007건), 2018년에는 10.9%(2,258건), 2019년에는 12.6%(2,381건)로 나타나 5년 전인 2014년보다 2배, 10년 전인 2009년보다는 6배 증가했다. 특히 과거에 비해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에는 무관심한 반면 재혼에는 많이 관여를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재혼으로 인해 자녀들의 상속 지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갈등의 큰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률혼 대신 사실혼을 택하거나 증여나 유언 등으로 미리 자녀에게 재산을 줄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문의했다.
부모 또는 형제와 갈등이 있어 오랜 기간 부모를 찾지 않은 자녀가 부 또는 모 사망 후 본인의 유류분을 청구해 남은 가족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부모의 재산형성 과정에 기여가 없어도 자녀는 부모 사망 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주장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홀로 남게 된 부 또는 모는 사는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생겨 생활 근간이 흔들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상담창구엔 또 다양한 이유로 오랜 기간 연락을 끊고 지내던 부, 모, 자녀, 형제가 빚을 남기고 사망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문의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내담자들은 망자의 채권자로부터 뒤늦게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음으로써 비로소 사망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망자가 사망한 지 6개월이 지나면 망자의 재산을 한번에 구체적으로 조회해볼 수 있는 안심상속원스톱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어 곤란을 겪는다고 했다.
이혼상담에선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연령별 분석 첫 해인 1995년에는 60대 이상이 여성 1.2%, 남성 2.8%로 매우 낮았으나 이후 조금씩 상승해 20년 전인 1999년에는 여성 3.5%, 남성 4.8%, 10년 전인 2009년에는 여성 5.5%, 남성 12.5%로 나타났고, 2019년에는 더욱 증가해 여성 25.3%, 남성 43.5%를 기록했다. 남성은 이혼상담 연령 중 60대 이상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40대(956명, 27.8%), 50대(908명, 26.4%), 60대 이상(870명, 25.3%) 순이다.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여성은 4.6배, 남성은 3.5배, 20년 전에 비해 여성은 7.2배, 남성은 9.1배 증가했다.
2019년도에 이혼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소를 방문한 60대 이상 여성 870명 중 60대는 630명, 70대는 217명, 80대 이상은 23명이었다. 또 60대 이상 남성은 586명 중 60대는 317명, 70대는 230명, 80대 이상은 39명이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2019년 이혼상담을 받은 내담자 중 최고령자는 남성 88세, 여성 86세였다.
이들이 내세운 이혼사유는, 여성의 경우 60대는 민법 840조의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폭언 순), 3호(남편의 폭력), 2호(남편의 가출) 순, 7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경제갈등 순), 1호(남편의 외도), 3호(남편의 폭력) 순, 80대는 6호(기타사유-성격차이, 장기별거, 경제갈등 · 알콜중독 순), 2호(남편의 가출), 3호(남편의 폭력)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6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배우자의 이혼강요 순), 2호(아내의 가출), 3호(아내의 폭력) 순, 7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경제갈등, 성격차이 순), 2호(아내의 가출), 1호(아내의 외도) 순, 80대는 6호(기타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 경제갈등 순), 1호(아내의 외도), 2호(아내의 가출) 순이었다.
이를 분석하면, 남녀 모두 60대, 70대, 80대에서 1순위로 6호사유를 제시하였고, 6호사유 중에서는 장기별거와 성격차이가 많았다. 다음 순위로 여성 60대는 남편의 폭력, 남편의 가출, 70대는 남편의 외도, 남편의 폭력, 80대는 남편의 가출, 남편의 폭력을 꼽았다. 남성 60대는 아내의 가출, 아내의 폭력, 70대는 아내의 가출, 아내의 외도, 80대는 아내의 외도, 아내의 가출을 꼽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노년 여성들은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며 쉬지 않고 살아왔으나 남은 것은 병든 몸과 빈곤밖에 없다고 호소해왔다"며 "젊어서 돈 번다고 유세한 남편이 노년에도 재산을 가지고 통제해 숨이 막히고, 자녀들 또한 육아나 살림을 도와줄 때만 엄마를 찾고 능력 없고 재산 없는 엄마는 찾지도 않아 자괴감이 든다고 하였다"고 소개했다. 또 "노년 남성들은 경제력이 없어지자 가족과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고 소외되어 고립감을 느낀다고 호소해왔으며, 이들은 아내가 다 큰 자녀들 뒷바라지는 계속하면서도 자신의 끼니는 챙기지 않고, 손자를 봐준다며 자녀 집에 가서 몇 달씩 오지 않기도 한다고 하였고, 아울러 자녀들도 엄마 편만 들고 돈 없는 아버지는 쓸모없는 사람 취급한다며 분노와 고통을 호소해왔다"며 "이혼도 고려하나 그럴 경우 본인이 젊어서 벌어 놓은 재산을 아내에게 분할해줘야 한다고 해서 졸혼을 차선책으로 문의해오기도 하였다"고 전했다. 졸혼이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이혼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2019년 한 해 동안 총 150,306건을 상담했다. 이중 이혼상담이 4,783건으로, 여성내담자는 3,435명, 남성내담자는 1,348명이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