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난민인정자의 일시적 예금잔고 부족 이유 귀화 거부 잘못"
[행정] "난민인정자의 일시적 예금잔고 부족 이유 귀화 거부 잘못"
  • 기사출고 2017.09.0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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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기초적 자립능력 여부로 판단해야"
귀화신청을 한 난민인정자의 예금잔고가 일시적으로 3000만원이 안 된다고 생계유지능력 부족을 이유로 귀화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김흥준 부장판사)는 7월 21일 이집트 출신 난민 A(33)씨가 "국적신청 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누34881)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국적신청 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자 2009년 4월 한국에 관광통과 체류자격으로 입국하였다가 2010년 3월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거주 체류자격을 부여받았다.

A씨는 2014년 7월 법무부장관에게 본인 명의의 3000만원 이상 예금잔고증명서를 첨부하여 일반귀화허가 신청을 하였으나, 2016년 6월 '생계유지능력 부족'을 이유로 귀화불허가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구 국적법 시행규칙(2015. 11. 11. 법무부령 제8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조 2항 2호에 따르면, 귀화허가 신청서에 3000만원 이상의 예금잔고증명 등 본인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생계유지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여야 한다. 그런데 A씨의 예금잔고는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는 3000만원 이상이었으나 2015년 9월에는 2800여만원이었고, 그 이후의 예금 잔고는 계속하여 3000만원 미만이었으며, 2016년 4월에는 2200여만원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먼저 난민의 귀화허가 요건 해석의 기준과 관련, "피고는 난민인정자의 귀화허가에 관한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일반 외국인이 귀화신청을 한 경우와 달리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특히 난민인정자는 본국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점, 난민인정자가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선택의 폭은 몹시 제한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난민인정자에 대하여는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각종 급여 등이 이미 보장되어 있어 귀화가 허가되더라도 새로이 국가의 재정적 부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해당 난민인정자가 생계유지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정하는 데에 일정 수준의 재정적 능력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공동체의 경제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을 만한 기초적인 자립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적신청 불허가처분 당시 원고의 예금잔고는 3000만원 미만이었으나, 처분이 귀화신청이 있은 때로부터 약 23개월 뒤에 이루어졌고, 원고는 귀화신청시로부터 6개월 이상 3000만원 예금잔고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난민협약 34조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귀화신청에 대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였더라면 원고가 생계유지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우리나라 공동체의 경제적 생활에 참여할 만한 기초적인 자립능력을 구비함으로써 국적법 5조 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생계유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7월 국내에서 이스라엘 국적의 부인과 결혼하였고, A씨의 부인은 현재 이스라엘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연봉 4800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 A씨의 귀화신청에 즈음하여 A씨에게 2014년 2월 700여만원, 2014년 7월 1100여만원 합계 1800여만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A씨는 귀화신청 후인 2014년 10월 무렵부터 현재까지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교회에서 아랍 담당 전도사로 재직하고 있고, 2016년 2월부터는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사원으로도 근무하고 있다. A씨는 교회에서 2014년 1월부터 국적신청 불허가처분이 있은 2016년 6월 이전까지 사이에 총 11회에 걸쳐 584만원을 급여로 받았는데, A씨가 이스라엘에 체류했던 2015년 2월부터 9월까지의 약 6개월을 제외하면 월 평균 약 41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영화관에서 받는 월급 77만여원을 합하면 국적신청 불허가처분 당시 A씨의 월 평균 수입은 118만여원에 이른다.

재판부는 "원고는 모국인 이집트가 이슬람국가임에도 기독교로 개종하였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자 우리나라로 피신하여 난민으로 인정받은 자이고, 아랍 담당 전도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난민인정사유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이라며 "원고가 전도사라는 직업으로부터 얻는 수입이 다소 적고 불규칙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생계유지능력의 평가에 있어서 부정적 요인으로 삼는 것은 원고가 난민으로서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된 경위를 도외시하는 것이고, 원고는 우리나라 경제공동체에 자신의 방법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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