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야간에 횡단보도 무단횡단자 치어 숨지게 한 버스기사 무죄
[교통] 야간에 횡단보도 무단횡단자 치어 숨지게 한 버스기사 무죄
  • 기사출고 2017.06.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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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법] "이례적인 사태 대비 주의의무 없어"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조휴옥 부장판사)는 6월 1일 야간에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시내버스 기사 최 모(62)씨에 대한 항소심(2016노2411)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2016년 3월 9일 오후 9시 52분쯤 시내버스를 운전하여 서울의 편도 3차선 도로의 1차로인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따라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준수하여 시속 약 45~48km의 속도로 운행 중 보행자 적색신호에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던 A(36)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를 다하여 피해자를 발견하였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의 전방주시의무 위반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최씨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지점 부근에는 반대방향에만 버스정류장이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운행하는 방향의 1차로를 달리는 버스들은 사고지점 부근에서 정차를 위해 속도를 줄일 필요 없이 그대로 진행하고 있었고, 2차로에는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었으나 1, 3차로의 교통 흐름은 원활하여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어 무단횡단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준수하여 시속 약 45~48km의 속도로 자신의 차선을 따라 정상적인 형태로 주행하고 있었으며, 차내 블랙박스 영상을 보더라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차량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고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보행자신호를 무시하고 정체되어 있는 2차로의 차량들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올 것을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3차로를 횡단하는 A씨의 모습이 잠시 나타나지만, 사고 발생 시각은 오후 9시 52분쯤으로 야간인 점 ▲2차로에는 차량들이 정지해 있고 가장 뒤에는 스타렉스로 보이는 차량이 있어 3차로 방향의 시야를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었던 점 ▲A씨는 빠르게 뛰어 3차로를 건넌 점 ▲최씨가 3차로만 주시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3차로에서 A씨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은 0.5초에 불과한 점 ▲최씨가 운행하고 있었던 1차로를 기준으로 우측 인도와는 두 차선의 거리가 있음에 반하여 좌측 교통섬과는 한 차선의 거리를 두고 있어 좌측도 주시해야 했던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3차로를 뛰어갈 때가 아니라 피해자가 2차로에 정지해 있는 차량들 사이에서 벗어난 때, 즉 사고 발생시각보다 약 0.967초 전에야 비로소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지반응시간인 0.7~1.0초에도 미치지 못하여 이때 피고인이 급하게 제동장치를 조작하였더라도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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