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이스피싱 종범이 피해금 임의 인출했어도 횡령 무죄"
[형사] "보이스피싱 종범이 피해금 임의 인출했어도 횡령 무죄"
  • 기사출고 2017.06.07 17: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불가벌적 사후행위 해당"
보이스피싱 범죄의 종범들이 사기이용계좌에 입금된 사기 피해자의 돈을 임의로 인출했어도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게 판결 이유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5월 31일 횡령과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종범 김 모(19)씨와 황 모(18)군에 대한 상고심(2017도3045)에서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김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황군에게 장기 1년 6월, 단기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황군은 소년범이어 부정기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의 돈을 사기이용계좌로 송금 · 이체받았다면 이로써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른다"며 "범인이 피해자의 돈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해자와 사이에 어떠한 위탁 또는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이상 피해자의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나아가 그 후에 범인이 사기이용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와 같은 인출행위는 사기의 피해자에 대하여 따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고, 이러한 법리는 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서도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한 종범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된 피해자의 돈을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사실 중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종범인 피고인들이 접근매체에 연결된 사기이용계좌에 피해자들이 입금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은 불가벌적 사후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와 황군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할 돈이 부족하자 2016년 5월 1일 대전 동구에 있는 모텔 앞 길에서 퀵서비스를 통하여 김씨 명의의 신협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비밀번호와 자신들의 지인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A씨에게 양도하고 그 대가로 80만원을 받은 혐의(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기소됐다. 김씨 등은 또 10여일 뒤인 5월 13일 오후 2시 18분쯤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로부터 김씨의 신협 계좌로 150만원이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김씨가 자신 명의의 신협 통장을 이용하여 현금인출기에서 150만원을 임의로 인출하여 황군과 75만원씩 나누어 사용한 혐의(횡령)로도 기소됐다.

이에 앞서 김씨 등으로부터 체크카드를 양도받은 A씨는 5월 12일 오후 4시 1분쯤 C씨에게 전화하여 "대출을 해주려고 하는데, 신용도가 좋지 않아 거래실적이 있어야 하므로 김씨 명의의 신협 계좌로 돈을 이체하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C씨로부터 김씨 명의의 신협 계좌로 336만원을 송금받고, 다음날인 5월 13일 오후 2시 18분쯤 B씨에게 전화하여 위와 같이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B씨로부터 150만원을 송금받아 합계 486만원을 편취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