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도서관 '구한말 민사판결집' 기증 요청
미 의회도서관 '구한말 민사판결집' 기증 요청
  • 기사출고 2005.10.2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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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52권…1895~1908년 5000여 판결 담아 법원도서관, PDF파일 담은 CD 제공등 검토
법원도서관(관장 손용근)이 얼마전 52권의 책으로 엮어 낸 '구한말 민사판결집'에 대해 외국의 도서관 등에서 높은 사료적 가치를 인정하며, 기증을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한말 민사판결집 표지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미 의회도서관은 지난 14일 편지를 보내 1895년부터 1908년까지의 민사판결 5000여건을 수록한 '구한말 민사판결집' 52권을 기증해 달라고 법원도서관에 요청했다.

'구한말 민사판결집'은 우리나라에 근대적 사법제도가 도입된 1895년부터 1909년 일제에 사법권을 빼앗기기 전인 1908년까지 한성재판소, 경기재판소 등에서 선고된 민사판결 5000여건을 수록하고 있으며, 당시의 사회상을 잘 알 수 있는 귀중한 법제 자료이다.

법원도서관은 서울중앙지법내의 서울과 대전지구 법원보존문서관리소가 보존하고 있는 국한혼용문체의 판결원본을 찾아내 일일이 사진을 찍어 영인본으로 제책했으며, 모두 5질을 만들어 분산, 안치하고 있다.

법원도서관은 미 의회도서관이 자료 제공을 요청해 옴에 따라 민사판결집의 내용을 PDF파일의 형태로 저장해 제작한 CD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법원도서관 관계자는 "법원도서관과 미 의회도서관은 그동안 여러 자료를 상호 교환, 제공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며, "국내외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임에 따라 우선 CD형태로 제공해 여러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법원도서관은 이에 앞서 올초 일본어로 된 1909~1943년의 대한제국 대심원과 통감부, 조선총독부 고등법원에서 선고된 민ㆍ형사 사건의 판례집인 '고등법원판결록' 30권중 1권을 우리말로 번역해 민사와 형사로 나눠 2권을 발간한데 이어 지난 12일 2권중 형사편을 완역 발간했다.

연말께 민사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또 지난 8월엔 1944년 경성복심법원의 일본인 검사장 타나마(玉名友彦)씨가 일본어로 쓴 '조선형사령 석의'을 우리말로 번역 발간했다.

'조선형사령 석의'는 일제시대 우리나라에 적용된 형법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형사령의 주석서쯤에 해당된다.

법원도서관의 한 관계자는 "구한말 민사판결집의 영인본 발간사업은 법조인, 법제사 연구자, 일반 국민들이 당시의 민사판결자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국한혼용체를 순 우리말로 풀어 발간함에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착수한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이렇게 호응이 높을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