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수만 더 잘사는 사회 바로잡아야"
"극소수만 더 잘사는 사회 바로잡아야"
  • 기사출고 2011.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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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훈장 무궁화장 받은 송상현 ICC 소장내전현장 찾아다니며 피해자와 슬픔 나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구호나 원조기관은 아니지만 뜻있는 NGO, UN 등 국제기구나 EU 등 지역기구와 긴밀하게 협조하며 인간의 천부적 기본권을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권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은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이 12월 9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3주년 기념식에서 수훈소감을 밝히고 있다.
2003년 초대 재판관이 된 데 이어 2009년부터 ICC를 이끌고 있는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은 그동안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재판업무만 관장해 온 게 아니다. 고물 헬리콥터를 전세 내 밀림 속에 폐허가 되다시피 한 내전 현장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피해자 구제 등 인권보호를 위해 재판소 밖에서도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63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한 송 재판소장은 "국제형사재판소를 이끌면서 기본인권이 아예 존재하지도 아니하는 세계 여러 지역을 방문, 고통받는 이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려움과 심리적 충격 속에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내전의 피해마을의 초중고 학생들을 만나 목이 쉬도록 격려하고, 사지와 귀, 코, 입술이 잘린 수많은 피해자들을 얼싸안고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되뇌었다.

그런 그에게 정부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국제형사재판소를 통해 인권 사각지대에 노출된 사람들의 인권보호에 기여한 공적을 평가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법학자로서 한국법의 세계화에 앞장섰음은 물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부회장,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이사장,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창립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아동의 권리와 복지 신장,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12월 9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3주년 기념식에 참석,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전달한 훈장을 받은 송 재판소장은 "이번에 받은 큰 상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국제기구를 무대로 전세계 인권상황의 개선을 위하여 더욱 노력하라는 국민과 정부의 주문과 격려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더욱 심혈을 경주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소외된 약자의 보호 등 국가인권위원회가 그동안 이룩한 업적을 평가하면서도, "정부 관계부처의 노력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에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기본적으로는 무자비한 정글의 법칙이 난무하는 불공정경쟁 속에서 요행히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만이 점점 더 잘살게 되는 근본바탕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민관지도층의 관심과 이해 및 전폭적 지지, 국가적 · 종합적 인권행동계획의 수립과 차질없는 집행, 각종 인권단체의 적극적 참여와 권력화 방지,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 인권신장을 위한 우리 사회의 과제가 참으로 많은 사람의 슬기와 헌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도 한 알의 밀알이 되기 위하여 적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게 이날 수훈 답사에서 밝힌 수상소감이다.

송 재판소장은 "갑자기 분에 넘치는 영예를 안아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며, "우리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기본권의 확립을 위하여 장기간의 투옥, 고문 기타 여러 가지 불이익을 초개같이 여기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사회와 개인의 자유를 위하여 평생 몸바치신 수많은 인권운동가 여러분에게 경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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