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이재용 회장, 공소사실별 무죄 판단 이유
'경영권 승계' 이재용 회장, 공소사실별 무죄 판단 이유
  • 기사출고 2024.02.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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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력 강화 목적 수반되더라도 부당 단정 곤란"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의 1심 판결 선고와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관련 피고인까지 모두 23개로 공소사실 요지를 추려 상세한 판단 내용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의 기소 논리는 이 사건 합병 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위한 목적만으로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전단적' 결정에 따라 추진되었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를 의도 ‧ 감수한 약탈적 불법 합병이고, 이미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취지라고 요약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사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든 '프로젝트-G 문건'은 종전에 미전실 자금파트에서 개별적으로 내부적으로 검토만 하여왔던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방안들과 관련하여, 이건희 사망 시 막대한 상속세 납부에 따른 지분 감소 및 상속에 따른 지분율 변화와 아울러 순환출자 등 외부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지분율 변화를 상정하고, 이에 대응하여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유지 ·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로 볼 수 있어, 검사의 주장처럼 약탈적 불법 합병계획을 담고 있는 승계계획안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 검사가 또 다른 근거로 든 'M사 합병 추진안'도 실제로는 합병당사회사들이 각사의 합병 필요성, 합병 장애사유, 시너지 유무 등의 본격적인 검토를 할 것을 전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 그룹계열사인 양사의 합병으로 인해 그룹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합병의 대략적인 절차 등을 삼성그룹 내에서 그나마 합병 업무를 접해본 미전실 자금팀이 삼성증권 IB본부의 도움을 받아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M사 합병 추진안'이 구체적 합병계획안이라거나 전단적 합병 결정의 근거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승계작업이라는 유일한 목적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5일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의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5일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의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오히려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증거나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 또한 합병의 목적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합병 전 삼성물산은 이미 성장 정체 및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하던 상황에서 제일모직 경영진과의 협의 등을 거쳐 양사가 직접 합병을 추진하였다"며 "미전실 임직원들이 'M사 합병 추진안' 등을 검토하고 양사 합병TF 등과 협의하고 업무지원을 하였으나, 삼성그룹 내에서 그나마 합병 업무를 접해본 미전실 자금팀이 삼성증권 IB본부의 도움을 받아 실무적 차원에서 물산과 모직 합병을 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 그룹계열사인 양사의 합병으로 인해 그룹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합병의 대략적인 절차 등을 검토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합병 과정에서 물산 및 물산 주주의 이익이나 의사가 도외시된 바 없고, 오히려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 및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이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합병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재판부가 요약해 밝힌 개별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 내용이다.

1. 이사회 단계

◇검사의 주장=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지나치게 고평가되었고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었으며, 합병비율을 좌우하는 합병시점을 정함에 있어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피고인 이재용의 이익을 위하여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게 유리하게 임의로 합병 시점을 선택하였고, 제일모직 상장 등으로 인해 지배구조 개편의 피해주라는 인식이 반영되어 삼성물산 주가가 눌려 있던 시점에 합병을 진행하게 되어 이 사건 합병비율이 불공정하여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손해가 되었음.

◇재판부 판단=합병의 목적/경과 및 비율/시점이 부당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함. 검사는 2015. 5. 26. 이사회 직후 공시 · 공표를 통해 합병에 관한 허위 정보(합병의 목적, 경과, 비율, 시점 등을 허위로 설명함)를 유포하였다고 주장하나, 그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공시 · 공표 내용 중 허위가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함.

◇이재용 회장 자본시장법 위반 등 공소사실의 요지와 재판부 판단
◇이재용 회장 자본시장법 위반 등 공소사실의 요지와 재판부 판단

2. 주주총회 단계

1) 합병 관련 정보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해외투자자, 의결권 자문사 상대 허위 정보 유포/주주설명자료, 공시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

◇검사의 주장=엘리엇이 합병을 반대하자 2015. 7. 17. 주주총회를 앞두고 해외투자자 및 의결권 자문사 등에게 허위 정보를 유포하였으며, 주주설명자료 및 각종 공시 · 공표 자료에도 허위사실을 기재하였고, 이로써 중요사항의 거짓기재 등 및 위계 또는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이 있었음.

◇재판부 판단=무엇보다 합병 관련 정보(목적/경과, 비율/시점 등)를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그 밖의 각종 공시 · 공표 및 IR 자료 등을 통해 사실대로 공시 · 공표하였고, 해외투자자 등에게도 같은 취지로 사실대로 설명하였던 점, 더욱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모두 상장기업으로서 그 주가 정보는 물론 각종 재무, 사업 등 주요 정보가 상시 공개되어 있던 점, 엘리엇 등을 통해 합병 반대 입장 및 그 논리까지 모두 공개되는 등 시장에 관련 정보가 가감 없이 유통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여, 합병 찬반 등 투자판단에 영향을 줄 중요사항의 거짓기재 등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 이를 전제로 하는 위계 내지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음(제178조 제2항 및 제1항 제1호).

2) 합병 관련 정보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금융투자업자 분석보고서 작성에 개입/투자자 의사결정 왜곡을 위한 여론 조성)

◇검사의 주장=합병 관련 정보와 관련하여 왜곡된 내용의 금융투자업자 분석보고서를 발표하도록 하고 합병 찬성의 여론을 조성하는 활동을 함.

◇재판부 판단=한화투자증권 보고서는 공소사실 자체로도 예정한 대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는 것으로 보고서가 왜곡되었다는 것도 아니고,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역시 검사 주장과 달리 별도 보고서로 작성되어 발표된 것일 뿐 내용이 왜곡된 바 없는 점, 또한 여론 조성 역시 엘리엇의 일방적인 문제 제기가 시장 및 언론에 유포되는 상황에서 합병 타당성을 정당하게 홍보하고 엘리엇의 실체를 적정하게 비판했을 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주장하는 보고서/여론 등이 '왜곡'이라는 전제사실부터 성립되지 않으므로, 이와 관련하여서도 합병 찬반 등 투자판단에 영향을 줄 중요사항의 거짓기재 내지 은폐 등이 있었다거나(제178조 제1항 제2호), 이를 전제로 하는 위계 내지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이 있었다고 볼 수 없음(제178조 제2항 및 제1항 제1호).

3) 투자위험 은폐

◇검사의 주장=이 사건 합병과 관련하여 에피스 지배권 제약사항, 신규순환출자 발생 위험, 삼성생명 지분 매각 위험 등 투자위험 정보를 주주 등에게 은폐하였음.

◇재판부 판단=검사가 주장하는 각 사항들(기타 합작계약 내용, 신규 순환출자 발생 관련 내부 검토 내용, 피고인 이재용과 워런버핏이 상견례 수준의 미팅 단계에서 중단된 삼성생명 매각 검토)이 합병 찬반 등 투자판단에 영향을 줄 중요사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기재 내지 은폐 등이 있었다거나(제178조 제1항 제2호), 이를 전제로 하는 위계 내지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이 있었다고 볼 수 없음(제178조 제2항 및 제1항 제1호). 즉 에피스 지배권 제약사항과 관련하여, 콜옵션이 공시된 상황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기타 합작계약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여 합병 찬반 등 투자판단에 영향을 줄 중요사항이 은폐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반 증거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 측이 불특정 투자자를 기망하고 합병을 성사시킬 목적에서 검사 주장의 계약 내용을 은폐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음. 신규 순환출자 발생 위험과 관련하여,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등에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발생 가능성 및 이에 따른 처분 필요성 등을 사실대로 공시 · 공표하였을 뿐이고, 순환출자 규제의 적용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가이드라인이나 선례도 없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 투자자의 오해를 유발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도 없음. 삼성생명 지분 매각과 관련하여, 2015. 7. 11.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과 서로 알아가는(get to know you) 대화를 위한 미팅만이 있었을 뿐, 그 이상 아무런 진척이 없어 시장에 공개할 만한 협의 내용이나 경과 등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당시 삼성생명 지분 매각의 개연성은 고사하고 가능성 자체를 논하기에도 부족한 단계였을 뿐으로 보임.

4) 허위 호재 공표

◇검사의 주장=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한 허위 호재로 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을 공표하였고, 용인 개발 계획을 공표함.

◇재판부 판단=위 두 계획 모두 법적/경제적 여건을 갖추었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검토 · 추진한 것임이 확인되어 허위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는 공소사실의 전제부터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기재를 하였다거나(제178조 제1항 제2호), 이를 전제로 하는 위계 내지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이 있었다고 볼 수 없음(제178조 제2항 및 제1항 제1호). 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은 이 사건 합병 훨씬 이전부터 진지하게 추진되어 왔고 당시 나스닥 상장을 위한 객관적 여건도 갖추었으며, 바이오젠의 상장 전 콜옵션 행사 및 지분 재매입은 상장의 선결조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하여 바이오젠과 협의도 되었으므로, 어느 모로 보더라도 허위 계획을 공표한 것이라고 할 수 없음. 용인 개발 계획은 이건희의 지시에 따라 제일모직이 오랫동안 검토 · 추진해 온 계획으로, 사업성 검토를 거치고 자금조달 계획도 마련하여 용인시로부터 관련 인허가를 받고 파크호텔 공사 착수까지 하였고, 이후에도 경영상황 변화로 일부 조정되었으나 계획 자체는 계속 추진되었던 만큼, 이 역시 허위 계획을 공표한 것이라고 할 수 없음.

5) 기타 위계 내지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

◇검사의 주장=삼성물산 자사주를 KCC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그 경위 등을 가장하였고, 국민연금에 허위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일성신약에 대규모 이익 제공을 제안하였음에도 이를 숨겼고, 삼성증권 리테일 조직을 동원하고 이해상충 위험이 없는 것처럼 가장했으므로 위계 사용에 해당하고, 이는 부정한 방법으로 의결권을 확보하고자 한 것으로서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에도 해당함.

◇재판부 판단=검사가 주장하는 각각의 전제 사실부터 공판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는바, 위 각 행위가 투자자들의 오해를 유발하였다거나(제178조 제2항) 부정한 수단 등을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음(제178조 제1항 제1호).

KCC에 대한 물산 자사주 매각의 경위와 관련하여, KCC의 선제안 사실은 공판과정에서 명확히 확인되었고 달리 매각 경위 등이 가장되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 또한 검사가 주장하는 여러 부정성은 이미 관련 엘리엇 가처분 사건에서 배척된 주장일 뿐만 아니라, 검사가 주장하는 '이면약정' 역시 그 부존재가 확인되었음.

국민연금에 대한 정보 제공 등과 관련하여, 특히 안진 보고서가 이사회 논의자료라고 허위 설명한 바 없다는 점 역시 객관적 문건 및 당시 통화 녹음 등을 통해 공판과정에서 분명히 확인되었음. 또한 전(前) 대통령을 통한 의결권 행사 유도 주장 등은 이미 선행사건에서도 배척된 주장의 재론일 뿐임. 일성신약에 대해 이익 제공 제안은 그와 같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점 역시 선행판결 등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음.

특히 검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망 윤병강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음. 검찰 진술조서 작성 당시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인하여 과거 경험사실 등을 정상적으로 진술하기 어려운 상태였으며, 윤병강의 진술은 일관성, 구체성, 명확성을 결여하였으므로,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 따라서 윤병강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해당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음. 삼성증권 리테일 조직을 동원하고 이해상충 위험을 숨겼다는 것과 관련하여, 삼성증권이 마련한 PB 지원 방안이 부당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애초에 검사가 주장하는 이해상충 위험이 있다거나 그에 관한 투자자의 오인 가능성 등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음.

3. 주주총회 이후 단계

1) 에피스 상장 제안요청서 발송 관련

검사는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과 관련하여 자문사들에게 상장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을 문제 삼고 있으나, 앞서 본 것처럼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실제로 진지하게 추진된 계획으로, 위 제안요청서 발송에 따라 실제로 자문사 선정이 이루어지고 나스닥 상장이 추진되었다는 점에서도 투자자들의 오해를 유발하였다고 볼 수 없고(제178조 제2항), 부정한 수단 등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없음(제178조 제1항 제1호).

2)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관련

◇검사의 주장=주식매수청구기간 중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이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제176조 제2항 제1호 및 제3항)에 해당함. 이러한 시세조종은 동시에 위계 및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에 따른 부정거래행위(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 및 제1항 제1호)에도 해당하고 목적, 거래동기에 대한 기망 내지 사회통념상 부정성, 신의성실 원칙 등을 위반함.

◇재판부 판단=➀제일모직은 자본시장법 및 관련 규정이 정하는 취득 요건과 절차 및 규제를 준수하여 적법하게 자기주식을 매입하였고, ➁이 사건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 과정 중 검사가 시세조종에 해당하는 고가매수 주문, 단주 주문, 물량소진 주문으로 기소한 일자별 주문의 구체적 매매태양을 보더라도 통상의 시세조종성 주문들과는 달리 투자자들의 오인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행태는 보이지 않으며, ➂자사주에 대하여는 종가형성에 관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규정에서는 장 종료 30분 전까지만 자기주식 매입을 위한 주문을 제출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고, 제일모직은 위 제한 규정을 준수하였고, ➃호가관여율과 매수체결관여율은 매수 주문수량 및 체결수량이 많으면 당연히 높게 산출되는 것이어서, 자기주식 매입에 있어 이러한 방식으로 계산한 관여율은 높게 나타나며, ➄제일모직이 주식매수청구기간 중 매입예정수량의 68.99%를 매입하였다 하더라도 관련 규제를 위반한 것도 아니고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오인한 채 추격매수를 하는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➅2015. 7. 24.자 '제일모직 자기주식 매입계획' 문건에는 최저가격을 17만원으로 산정한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이는 제일모직 자기주식 매입의 목적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최소화가 있음을 보여줄 뿐이고, 위 매입계획안에 기재되거나 제일모직 담당직원과 수탁증권사 직원들 사이의 녹취서에 언급되는 17만원의 의미는, 통상 기업이 주가관리 차원에서 행하는 자기주식 매입에 있어서 목표로 염두에 두는 가격 정도의 의미일 뿐이지 시세에 대한 인위적 조작을 통해 반드시 달성하려고 한 가격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➆합병 주주총회 이후 시장에서 하나의 회사로 보는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권의 과다한 행사를 방지하고 제일모직의 주식의 공매도 등으로 인한 제일모직 주가 하락 위험에 대응할 필요성이 있어, 제일모직 자기주식 매입의 경영상 필요도 인정되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2항의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 검사는 이러한 시세조종이 동시에 위계 및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에 따른 부정거래행위(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 및 제1항 제1호)에도 해당한다고 하면서 목적, 거래동기에 대한 기망 내지 사회통념상 부정성, 신의성실 원칙 등을 위반하였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시세조종 성립을 전제로 한 주장에 지나지 않음.

4. 업무상 배임 관련

◇검사의 주장=이 사건 합병으로 인하여 삼성물산 및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5/26 기준 시가 이상으로 회사 및 주주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었던 기회 이익 상실" 손해가 발생하였는바, 삼성물산 주주에 대한 업무상 임무를 위배한 배임에 해당함.

◇재판부 판단=무엇보다 삼성물산 이사는 삼성물산의 사무처리자로서 삼성물산(회사)에 대한 임무를 부담하므로 주주에 대한 임무를 내용으로 하는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병 필요성, 합병비율 등 공소장 기재 개별 임무위배 역시 존재하지 않으며, 검사가 주장하는 손해는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여 그 자체로 업무상 배임죄의 손해가 될 수 없고, 달리 '객관적 · 개연적으로 기대되는 이익 상실'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음.

5. 외부감사법 위반 관련

1) 2015회계연도 로직스 재무제표 회계분식 판단에 적용되어야 하는 회계기준

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회계연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하여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기업회계기준서(이하 '기업회계기준서' 표시 생략) 제1027호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없음. 제1027호가 개정되어 2013. 1. 1.부터 적용되는 제1110호의 경과규정에 의하면, 기업은 원칙적으로 제1110호를 과거기간까지 소급하여 적용하여야 하고, 제1027호에 의한 피투자자에 대한 연결 여부 판단의 결론과 제1110호에 의한 피투자자에 대한 연결 여부 판단의 결론이 다른 경우, 예외적으로 제1110호를 소급하여 적용하지 않아도 됨.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로직스의 2015회계연도의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의 당부가 문제되고, 로직스가 2015회계연도에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였다면, 2012회계연도 내지 2014회계연도에는 그 지배력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2012회계연도에 제1027호를 적용한 결과와 제1110호를 적용한 결과가 다르다면, 제1110호를 소급하여 2012회계연도에 적용하여야 하고, 각각의 결과가 같다면 제1110호에 따라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보유 여부를 판단한 결과와 제1027호에 따라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보유 여부를 판단하여 볼 필요가 없으므로, 로직스가 2015회계연도에 지배력을 상실하였는지 여부 판단을 위하여는 2012회계연도에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보유하는지 여부를 제1110호에 따라 판단하여야 함.

2) 합작투자계약 자체로 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에피스에 대한 공동지배가 인정되는지

검사는 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설립하기 위하여 체결한 합작투자계약 자체로 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에피스에 대한 공동지배가 인정된다고 주장함.

그러나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음. ➀바이오젠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불확실성과 투자 재원 부족으로 인한 투자 최소화, 바이오시밀러 사업 초반의 손실 인식에 대한 부담,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공 시 수익 극대화 등의 목적을 가지고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➁바이오젠이 에피스의 지분을 49.9% 상당에 이르기까지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그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에는 로직스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장악할 수 있도록 합작투자계약이 설계되어 있었으며, ➂에피스는 구조화기업 또는 그 유사한 성격을 가진 기업이 아닐 뿐 아니라 의결권에 의하여 관련 활동이 지시되는 기업이므로, 합작투자계약 자체로 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공동으로 지배한다고 볼 수 없음.

3) 에피스 주식에 대한 신뢰성 있는 공정가치 가부

검사는 기업회계기준 아래에서 콜옵션이 깊은 외가격 상태에 있더라도 그 만기 전에 사업성과의 가시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그 권리를 실질적인 권리로 보기 때문에 에피스 주식 가치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가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고, 기업회계기준상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 신뢰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에피스는 2007년경부터 축적된 삼성전자의 시밀러 개발성과를 양수하였으므로 초기 회사라고 볼 수는 없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불확실성이 신약 개발 사업의 불확실성에 비하여 신뢰성 있는 공정가치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2012년부터 에피스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도 가능하였다고 주장함.

그러나 ➀제1110호에 의하면 잠재적 의결권이 내가격 상태에 있는지 여부는 그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인 권리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 중의 하나인 점, ➁재무보고를 위한 개념체계 및 제1039호 등 기업회계기준서의 규정을 종합하면, 합리적인 공정가치측정치의 범위가 유의적이고 다양한 추정치의 발생확률을 신뢰성 있게 평가할 수 없다면, 그 가치측정치를 재무제표에 표시할 수 없는 점, ➂미래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 상당한 수준 이상으로 높다면, 재무공학적 방법으로도 기업가치평가가 불가능할 수 있는 점, ➃관련 증거에 의하면, 2012년 내지 2014년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막 시작되던 무렵으로서, 항체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판매에 불확실성이 있었던 점, ➄이 무렵 에피스는 삼성전자의 개발자산과 인력을 이어받기는 하였으나, 삼성전자의 초기 개발 성과는 크지 않았으므로, 에피스는 사업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였던 점, ➄바이오젠과 합작계약을 통하여 바이오젠의 기술력과 판매 노하우를 성공적으로 전수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였던 점, ➅한 종류의 제품도 판매하지 못하고 있던 에피스의 입장에서는 판매 승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및 판매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➆이 당시 판매되고 있던 바이오시밀러 약품의 숫자가 매우 적어 오리지널 업체의 방어 전략이나 시장의 반응을 예측하기도 어려워 판매 단계에서의 불확실성도 존재하였던 점, ➇삼성 내부 문건이나 에피스 내부 문건에 기초한 에피스 기업가치는 에피스 또는 로직스의 낙관적인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서 에피스 주식에 대한 신뢰성 있는 공정가치 평가의 근거자료가 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로직스의 2012회계연도 내지 2014회계연도에는 에피스 주식에 대한 신뢰성 있는 공정가치 평가는 불가능하였으나, 에피스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에 대하여 유럽 판매승인 권고 및 판매승인을 받음으로써 개발 위험을 해소한 로직스의 2015회계연도에는 에피스 주식에 대한 신뢰성 있는 공정가치평가가 가능하였다고 봄이 상당함.

4)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로서 지배력 판단에 고려되어야 하는지

검사는 에피스 주식에 대한 신뢰성 있는 가치평가가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가능하였다는 전제에서,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이 내가격 상태에 있었고,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함에 따라 에피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바이오젠의 콜옵션은 언제든지 행사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서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하므로, 위 콜옵션이 로직스의 2012회계연도부터 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평가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함.

그러나 관련 기업회계기준을 종합하면,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인 권리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모든 사실과 상황을 고려하면서, 잠재적 의결권의 목적과 설계 및 투자자의 명백한 기대나 동기, 권리 행사로 인한 효익, 권리 행사의 장애물 등을 고려하여야 하는바,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➀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에피스 설립 초기의 사업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사업 안정기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실물옵션 전략에 따라 설계된 것으로서, ➁로직스의 2012회계연도 내지 2014회계연도에 바이오젠이 위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효익은 크지 않지만, 바이오젠에게는 위 콜옵션 행사로 인하여 콜옵션 행사가격 상당의 재정적 부담, 초기 자금조달기간 종료로 인한 유상증자의 필요성, 에피스의 막대한 개발비 부담 등 여러 가지 권리행사의 장애물이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로직스의 2012회계연도 내지 2014회계연도까지 실질적인 권리가 아니었으므로, 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에 고려되어서는 안 되었으나, 2015회계연도에는 에피스 주식에 대한 신뢰성 있는 가치평가가 가능해지고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권리 행사로 인한 효익이 증가되어 위 콜옵션은 실질적인 권리가 된다고 봄이 상당함.

5)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이나 약정상 권리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여하는지

검사는 바이오젠은 로직스가 에피스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품추가 동의권이나 생산활동 동의권 등 에피스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마련해두었으므로 이러한 동의권은 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에 고려되어야 하며, 바이오젠이 보유한 약정상의 권리 및 JSC의 설치 · 운영에 관한 권리 역시 바이오젠에게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여한다고 주장함.

그러나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들은 대부분 에피스 활동의 근본적인 변화와 관련되거나 예외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바이오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회계상 방어권에 해당하여 지배력 판단에 고려되지 않고, 제품추가 동의권도 에피스가 제품추가 동의권을 받는 개발 단계, 바이오시밀러 산업에서 제품추가는 하나의 사업을 추가하는 것과 유사한 점, 에피스가 바이오젠에게 동의를 요구한 횟수 등에 비추어 이 역시 방어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검사가 주장하는 다른 동의권 역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바이오젠이 보유한 약정상 권리 및 JSC의 설치 · 운영에 관한 권리는 바이오젠에게 에피스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부여한다고 보기 어려움.

6) 로직스의 2014회계연도 거짓 공시, 2015회계연도 분식회계의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

◇2015회계연도 분식회계의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로직스는 2012회계연도 내지 2014회계연도에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회계처리하여 왔는데, 바이오젠이 보유한 권리들은 실질적 권리가 아니거나 회계상 방어권에 불과하므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에피스 이사회 5인 중 4인에 대한 지명권, 에피스 지분의 52%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로직스가 2012회계연도 내지 2014 회계연도에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엔브렐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판매승인권고를 받음에 따라 2015 회계연도에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되어 지배력 판단에 반영되어 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공동으로 지배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로직스의 2015 회계연도 분식회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관련 증거에 비추어 로직스 재경팀은 피고인 삼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나갔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음.

◇2014회계연도 거짓 공시의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검사는 로직스가 2012회계연도부터 에피스에 대한 단독지배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피고인 이재용 등은 바이오젠과의 합작계약의 주요 내용 중 타 기업에 대한 지배력 또는 유의적인 영향력 유무를 판단하는데 필수적인 정보인 콜옵션의 행사가격, 만기 등의 행사조건, 바이오젠이 만기 전에도 언제든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 콜옵션 행사 후의 이사회 동수 구성권, 52%로 가중된 주주총회 의결요건 등을 주석으로 공시하지 않은 것이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함. 그러나 검사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2014년 당시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실질적인 권리가 아니어서 지배력 판단에 고려되지 않는바, 위와 같은 정보들이 회계기준에 비추어 반드시 공시되어야 하는 정보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단독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기업회계기준상 어느 정도 수준의 주석 공시가 요구되는지 구체적인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로직스는 정보이용자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목적적합하고 중요한 정보를 공시한 것으로 보이는바, 로직스의 주석 공시가 회계기준 위반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제반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공시 경위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음.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