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공정거래법 주요 판례 분석
[리걸타임즈 칼럼] 공정거래법 주요 판례 분석
  • 기사출고 2020.12.08 08: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년 하반기, 2020년 상반기 선고

법무법인 광장이 11월 12일 '2019 하반기 · 2020 상반기 선고 공정거래법 주요 판례 분석'이라는 주제의 고객 초청 웨비나를 개최했다. 2019년 하반기와 2020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기준을 세운 대법원 판결이 다수 선고되었는데, 이는 복잡해지는 거래계의 현실을 반영하여 기존 대법원 판결을 구체화하고 심화시키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광장 공정거래팀의 판단이다. 선정호, 손계준, 김수련, 주현영 변호사가 나누어 발표한 주요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짚어보았다.

◇선정호 변호사
◇선정호 변호사

1.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 요건 중 합의의 존재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6두43305 판결)

(1)사안과 쟁점

8개 건설사는 1공구부터 7공구까지 공구별로 1개사씩 낙찰자를 사전에 정하는 방법으로 공구를 분할하기로 하되, 4공구는 A사와 B사 간에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2개사가 경쟁하여 결정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2, 3, 5, 6공구의 경우 공구별로 낙찰사 및 들러리 회사를 정하고 합의를 실행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위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처분, 검찰 고발 조치를 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4공구와 관련하여 과연 A사의 정보교환행위를 근거로 A사와 다른 건설사들 간 합의를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대상판결의 요지와 의의

원심은 비록 원고인 A사가 정보교환행위를 하였지만,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A사는 이 사건 모임 이전에 이미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과 B사만이 4공구에 입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로 새롭게 취득한 정보나 이익은 없었고, A사는 이 사건 모임에도 불구하고 4공구 입찰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며, 같은 공구를 입찰희망공구로 선정한 B사와 사이에 추가적인 조정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합의 인정 곤란"

대법원은 이러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여, A사가 다른 건설사들과 공구분할에 관해 합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설령 경쟁사업자간 정보교환행위가 있었더라도 당연히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사업자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그 증명책임은 공정위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성'의 판단기준(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두66541 판결)

(1)사안과 쟁점

5개 케이블 사업자의 영업 담당자들은 원자력 발전용 케이블 입찰과 관련하여 각 품목별로 낙찰자를 사전에 결정하고,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였다. 공정위는 이에 대하여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처분, 검찰고발 조치를 하였다. 한편 피고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원고가 이 사건 입찰담합을 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2년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피고의 내부 규정인 공급자관리지침에 근거하여 공급자등록 취소 및 10년의 공급자등록제한 조치(이하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를 통보하였다.

행정소송에서는 피고의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가 과연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대상판결의 요지와 의의

대상판결은 우선 피고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공기업으로 지정되어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권한을 위임받은 공공기관으로서의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피고의 공급자관리지침은 피고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정한 것이어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이며, 피고가 이러한 공급자관리지침에 근거하여 행한 거래제한조치는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서, 공급업체의 법적 지위를 일방적으로 변경 · 박탈하는 고권적 조치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처분성 인정

대법원은 행정청인 피고가 이미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받은 원고에 대해서 다시 법률상 근거 없이 자신이 만든 행정규칙에 근거하여 10년간 거래제한조치를 추가로 하는 것은 제재처분의 상한을 규정한 공공기관운영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그 하자가 중대 · 명백하다고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사업자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공기업은 행정청에 해당하며, 해당 공기업의 내부규정에 따른 조치 역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업자들이 행정청의 내부지침에 따른 조치에 불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공정위가 부과한 시정조치의 불이행을 중단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8두63563 판결)

(1)사안과 쟁점

H사가 경쟁 유선방송사업자를 인수하는 기업결합에 대하여 공정위가 일정기간 수신료 인상을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하였다. H사는 시정명령에서 정한 기간 동안 수신료를 인상하였으나 시정조치 기간 만료 전에 수신료 인상분을 고객에게 환급하였다. 공정위는 시정조치 불이행을 이유로 공정거래법 제17조의3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다.

대상판결은 수범자가 시정조치의 불이행을 중단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및 이에 대한 전제로서 공정거래법상 이행강제금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시정조치 미이행에 이행강제금 부과' 규정

공정거래법 제17조의3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을 하여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부과 받은 후 공정위가 정한 기간 내에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이행 기간에 비례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시행령 제23조의4 제3항은 시정조치가 기간별로 일정한 의무를 명하는 내용인 경우 당해 불이행기간에 대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공정위는 위 시행령 조항에 따라 이행강제금의 금액을 계산하였다.

(2)대상판결의 요지와 의의

본 사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상 이행강제금은 과거의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와 장래 의무 이행의 간접강제를 통합하여 시정조치 불이행기간에 비례하여 제재금을 부과하는 제도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H사가 시정조치 불이행을 중단하였더라도 불이행기간에 비례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불이행기간 비례해 부과 적법

H사는 건축법상 이행강제금 부과로 이행을 확보하고자 한 목적이 이미 실현된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하면서 그 판결이 공정거래법상 이행강제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및 대법원은 이행강제금의 성격은 개별 법률의 규정 형식과 내용, 체계 등을 고려하여 달리 평가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상 이행강제금은 건축법 등 타 법률의 이행강제금과 규정 형식, 내용 등이 다르므로 그 법적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였다.

본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이행강제금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최초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4. 휴대폰 제조사 · 이동통신사들의 출고가 부풀리기가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4두4801 판결 등)

(1)사안과 쟁점

대상판결은 휴대폰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들의 소위 출고가 부풀리기가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판결이다. 위계에 의한 고개유인행위란 사업자 자신이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이 실제보다 또는 경쟁사업자의 것보다 현저히 우량 또는 유리한 것으로 고객을 오인시켜서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이다.

출고가 높인 후 장려금 지급

휴대폰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이 휴대폰 구입시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자 보조금의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사전 장려금을 단말기의 공급가 또는 출고가에 반영하여 출고가를 높인 후 유통망에 사전 장려금을 지급하였다. 그리고 유통망은 소비자가 단말기 구입 시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에 함께 가입할 경우 사전 장려금을 재원으로 한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공정위는 휴대폰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의 위와 같은 행위가 소비자로 하여금 고가의 단말기를 할인받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으로 오인시켜 자신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구입하도록 유인하였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특히 장려금 지급행위를 위계에 의해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2)대상판결의 요지와 의의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출고가 부풀리기가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장려금의 조성 · 집행은 가격 할인과 같은 정상적인 경쟁수단과 구별이 쉽지 않고 그 자체로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장려금은 상품 출시 때부터 보조금으로 지급될 것을 전제로 공급가 내지 출고가에 반영되어 소매가격을 인하하는 외관을 형성하는 수단이 되었고, 그 결과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조건으로 고가의 단말기를 할인받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으로 오인되었으므로 위계 내지 기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 해당

이 판결은 장려금 지급 행위 또는 가격 책정 행위도 이로 인하여 소비자가 실제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5. 자동차제조업체가 인증 받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표시광고를 한 행위가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두31815 판결)

(1)사안과 쟁점

위에서 소개한 공정거래법 외에도 공정위는 다양한 법률을 집행하고 있다. 소위 갑을관계에서 을을 보호하는 목적을 가진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소비자에게 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표시 ·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등이 그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하려는 판결은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으로서,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자동차 보닛 내부 표지판의 기재가 표시광고법상 표시에 해당되는지, 문제된 표시 · 광고에 대하여 거짓 · 과장성, 기만성, 소비자오인성, 공정거래저해성 등이 인정될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법무법인 광장의 공정거래그룹장인 정환 변호사가 11월 12일 열린 웨비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공정거래그룹장인 정환 변호사가 11월 12일 열린 웨비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고 회사는 자동차 보닛 내부 표지판에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기재하였고, 원고 회사의 잡지, 브로셔 등에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디젤엔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원고의 엔진이다" 등의 광고를 게재하였다. 공정위는 해당 표시 · 광고가 거짓 · 과장의 표시 · 광고, 기만적인 표시 · 광고라고 인정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공정위가 이러한 판단을 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디젤차 배출가스를 규제하고 있으며, 사업자는 배출가스 인증시험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 차량들의 엔진전자제어장치에는 인증시험시에만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었고, 환경부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였다.

(2)대상판결의 요지와 의의

이 사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거짓 · 과장성, 기만성, 소비자오인성, 공정거래저해성에 대한 기존 대법원 선례의 판단기준에 따라, 원고가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 것처럼 표시 · 광고한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였다.

위법한 표시 · 광고 행위

이 사건에서는, 자동차 보닛 내부 표지판의 기재가 표시인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원고는 법령에서 정한 의무에 따라 기재한 것이고, 그 내용 및 부착 위치까지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표시광고법상 표시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기재가 표시광고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 정한 '상품 등의 내용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고, 소비자들에게 자동차가 대기환경보전법 등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되었음을 알리는 기능을 하며, 자동차 보닛만 열면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부착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표시광고법상 '표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표시광고법상 '표시'에 대한 판단을 최초로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선정호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jeongho.sun@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