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33년간 화재 진압한 소방관의 청력 소실…공무상 재해"
[노동] "33년간 화재 진압한 소방관의 청력 소실…공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19.04.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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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장기간 높은 소음 · 스트레스에 노출"

33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다가 청력을 잃은 소방관이 소송을 내 공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다.

광주고법 제주행정1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는 3월 27일 청력을 잃은 소방관 강 모(63)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누1966)에서 공무상 재해라고 판시, 강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2년 12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강씨는 2010년 12월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감각신경성 청력 소실'의 진단을 받고, 그 후 몇 차례 받은 청력 재검사 결과에서도 종전과 차이가 없다는 진단을 받자, 33년간 119센터의 화재진압대원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장비 소음과 사이렌 소리 등 고도의 소음에 노출되는 등의 원인으로 청력 소실이 발생했다며 퇴직 두 달 전인 2016년 4월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요양승인을 신청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강씨는 2011년 1월까지는 주로 제주도 내 각 소방서에서 소방대원 또는 소방대 부소장으로 근무하였고,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 퇴직할 때까지는 제주도 내 각 소방서에서 소방팀장으로 근무했다. 소방서 119구조대 등에서 근무하는 동안 화재진압과 인명구조활동 등을 담당한 강씨의 근무형태는 2009년 12월까지는 2교대 근무, 그 이후부터는 3교대 근무로 이루어졌으며, 2007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강씨의 시간외 근무는 매년 합계 402~744시간에 이르고, 야간근무는 109~173시간, 휴일근무도 38~56시간에 이른다.

재판부에 따르면, 제주지역 소방관 특수건강검진 대상자 663명 중 요관찰자로 분류된 43명 전원이 소음성 난청을 호소하고 있고, 그들의 평균 연령은 48.5세, 평균 근무 연한은 20.7년으로 확인되었다.

재판부는 "소음감정결과에 의하면 원고의 일상적인 근무환경에서 측정된 소음이 평균 90㏈A을 초과하고 있고, 심한 경우 115㏈A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는바, 원고의 근무기간, 경력, 업무 내용(원고는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시로 화재진압차량 등을 이용하여 화재진압활동 등을 하였고, 1일 2회씩 장비점검작업을 하여 왔다), 근무환경과 조건, 90㏈A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아무리 짧은 소음이라도 115㏈A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점, 제주지역 특수건강검진 대상 소방관 중 요관찰자로 분류된 전원이 소음성 난청을 호소하고 있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수행한 소방관 업무가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는 소음노출업무에 해당한다는 점은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비록 2011.경 소방팀장으로 승진하였고, 그 무렵부터 제주도 내 각 소방서 119센터의 팀장으로 재직하기는 하였으나, 119센터의 경우 한 팀당 근무인원이 평균 5~6명이며, 팀장이라도 일반 대원과 마찬가지로 현장 활동에 동시에 투입되었으며, 야간 활동 시에는 현장지휘와 현장 활동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였던 것으로 확인되는바, 이러한 근무환경과 조건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팀장으로 승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한 소음노출이나 원고의 업무 부담이 경감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2007년경부터 2015년경까지의 초과근무(시간외 근무, 야간근무와 휴일근무 등) 내역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매년 최소 400시간 이상의 시간외 근무, 100시간 이상의 야간근무 등을 하는 등 격무에 시달려 왔음이 확인되고, 이로 인하여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원고는 감각신경성 청력 소실이 발생하기 약 8개월 전에도 업무상 과로로 코피를 흘려 입원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단된다"며 "원고가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장기간 높은 소음과 스트레스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불상의 이유로 발생한 난청이 위와 같은 높은 소음 등으로 인하여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의 속도로 악화되어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상병과 공무 집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강씨의 청력 소실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