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부대 상급자들과 회식 후 노래방 갔다가 폭행당한 뒤 사망…보훈보상대상 아니야"
[행정] "부대 상급자들과 회식 후 노래방 갔다가 폭행당한 뒤 사망…보훈보상대상 아니야"
  • 기사출고 2018.04.04 09: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부서장 지휘 행사 아니야"
부사관이 같은 부대의 부사관 상급자들과 회식을 한 후 노래방에 갔다가 상급자로부터 폭행당한 후 귀가하다가 사망했더라도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속 부대장이 지휘 · 지배 · 관리한 행사라고 볼 수 없고, 직무수행 중 사고로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판결 이유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3월 15일 숨진 부사관 심 모씨의 부인이 "보훈보상대상자요건 비해당 결정을 취소하라"며 전북동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65074)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9년 6월 육군에 입대하여 그해 9월 30일 하사로 임관한 심씨는 2012년 3월 중사 민 모씨와 김 모씨 등 같은 부대 부사관 상급자 2명, 하사 3명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노래방에 갔다가 민씨에게 폭행당한 후 집으로 가는 도중 쓰러져 사망했다. 이에 부인이 전북동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신청을 했으나 거부되어 소송을 냈으나 2015년 12월 패소가 확정되었고, 2015년 12월 보훈보상대상자 재등록신청을 했으나 또다시 거부되자 다시 소송을 냈다.

육군 모 포병대대 포반장으로 근무하던 심씨는 2012년 3월 3일 오후 6시 20분쯤 김씨의 제의로 김씨 등 5명과 함께 민씨의 차량으로 부대에서 4㎞ 정도 떨어진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고, 저녁 식사에는 민씨의 부인과 아들도 참석했다. 민씨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여 소주 8병 정도를 나누어 마셨으며, 일행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후 9시쯤 당구장에 가서 노래방 비용 내기 당구를 친 후 오후 10시 30분쯤 가까운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사고가 발생했다. 심씨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신 뒤 밤 0시 10분쯤 민씨로부터 업무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지적을 받게 되자, 민씨에게 "(나에게) 관심을 가진 게 뭐 있느냐", "해준 게 뭐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민씨가 "너 자꾸 그러면 맞는다"라고 하자 "그러면 때리라"고 했고, 이에 민씨가 주먹으로 심씨의 뺨을 때렸다. 10분쯤 후인 밤 0시 20분쯤 민씨가 노래방 비용을 계산한 후 일행과 함께 노래방에서 나왔다. 심씨는 밤 0시 50분쯤 민씨 등과 함께 주거지인 강원 홍천군 남면에 있는 아파트로 가기 위해 도로를 걸어가던 중 쓰려져 병원에 후송되었으나 뇌출혈로 사망했다. 민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재판부는 "군인 등이 소속 부대(부서)의 상관이 주재하거나 지휘, 관리한 행사나 회식 중 사망했다 하더라도 그 상관이 '부대(부서)장 또는 소속기관장'에 해당한다거나 또는 그로부터 위임을 받아 지휘 · 지배 · 관리한 행사가 아닌 경우에는 보훈보상자법 시행령 [별표 1] 10호의 재해사망군경 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심씨가 2012년 3월 3일 참가한 저녁회식은 같은 포대 소속 중사 김씨의 제의로 행정보급관으로서 부사관 중 최선임자인 민 중사 이하 포대 소속 부사관 전원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나, 심씨가 소속된 포병대대의 부서장이라고 할 수 있는 포대장은 대위 이 모씨이므로, 민씨는 포대 소속 부사관 중 최선임자이긴 하지만 심씨가 소속된 부대의 부서장에 해당하지 않고, 민씨가 포대장으로부터 저녁회식과 당구장 및 노래방 모임에 관한 지휘 · 관리를 위임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는 이유로 보훈보상자법 시행령 2조 1항 1호 [별표 1] 10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저녁회식과 이어진 당구장과 노래방 모임은 부사관들 사이에 이루어진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는 사적인 친목 도모 모임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심씨가 보훈보상자법 시행령 2조 1항 1호 [별표 1] 1호에서 정한 직무수행 중 사고나 재해로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도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