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오염 탈크 유통의 법적 책임
석면 오염 탈크 유통의 법적 책임
  • 기사출고 2009.05.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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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선 변호사]
최근 국내의 화장품 및 의약품 제조사들이 판매한 화장품, 의약품 등의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물질인 탈크에서 발암성물질인 석면이 검출되어 전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박교선 변호사
탈크는 활석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것으로, 베이비 파우더나 화장품, 의약품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 탈크로 만든 완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된다는 사실이 방송에 방영된 후 식품의약청의 회수명령, 제조자들의 리콜 등이 이어지고 있다. 또 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은 형사고발, 민사소송 등의 법적 대응조치를 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적 대응조치 조짐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어 소비자들의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법적으로는 소비자기본법, 제조물책임법 상 제조자들의 제품 판매과정에 어떠한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에 대하여 어떤 피해를 보았고, 피해구제방안은 무엇인지 등이 문제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기본법상 국가의 위해방지기준 설정의무(소비자기본법 제8조), 사업자의 위해방지조치 강구의무(동법 제19조), 제조물책임법상의 제조자의 제조, 설계, 경고상의 결함으로 인한 제조물책임 여부(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3조, 제4조)가 거론될 수 있다. 제품이 공산품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위험물질 관리에 관한 규정도 문제될 소지가 있다.

우선 탈크에서 석면이 생성될 수 있었다는 것이 보건당국이나 제조업계에 언제부터, 어느 정도 알려진 것인지 여부, 즉 유해성의 인지여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이러한 유해성이 인지되어야 보건당국이나 제조업체는 이러한 유해성에 대응하여 위해방지기준을 설정하고, 유해성을 줄이는 제품을 제조하는 설계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해성의 인지나 사회적 공론화가 전제되어야 책임 여부를 논할 실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유해성 인지여부 먼저 확인돼야

유해성이 인지되었다면, 다음은 국가가 위해방지기준을 지연한 귀책이 있는지, 제조자에게 제품의 제조, 판매과정에서 제조, 설계, 경고상의 결함이 있었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제조자의 경우에는 제품 제조관리 공정상 위해방지조치를 채택하지 아니함에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 여부의 귀책사유가 사실관계에 입각하여 조사되어야 한다. 유해성을 인지하고, 제품제조과정에서 그 유해성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대체기술)을 알고 있음에도 그러한 기술을 채택하지 아니한 점이 있는지 등이 귀책사유를 가리는 판단대상이 될 것이다.

이러한 귀책사유가 인정된다면, 소비자가 그러한 유해성분으로 말미암아 생명, 신체,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될지 여부가 또 하나의 쟁점이 된다. 이러한 피해가 발생되면 소비자는 그 피해에 대하여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유해성분과 피해와의 인과관계는 의학, 자연과학적 지식에 기초한 입증문제가 되므로 전문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손해 발생여부도 밝혀져야

제조자에게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탈크에서 발생한 석면이 실제 소비자에게 어떠한 질병의 원인이 되었는지, 즉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탈크에서 생성된 석면이 질병을 일으켰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아니하면,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인 손해의 발생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함을 이유로 그 피해배상소송이 성립되기 어렵게 된다.

이 사안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초기의 책임 공방은 주로 화장품이나 의약품의 제조자에게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화장품이나 의약품 제조자들이 사용한 탈크는 식약청이 규정한 대한약전 등의 규격에 적합한 원료였고, 이들 제품은 식약청의 품목허가를 받아 제조, 유통된 것이라는 점에서 제조자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현 상황에서는 법리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현재까지의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제조자가 탈크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특히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자가 제조물책임 등의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면 국가의 경우는 소비자기본법에 의거하여 일반적인 위해방지기준 설정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소비자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의무를 위반한 것 자체가 책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식약청은 이미 수년 전 탈크 내 석면의 위험성을 인지하였으면서도 그에 대한 관리기준 등을 설정하지 아니한 것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바, 이러한 보도내용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국가가 소비자 보호의무에 위반한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탈크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의 손해가 현실화되지 않은 현재의 시점에 있어서는 제조자의 책임 보다는 위해방지기준 설정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식약청 등 국가의 책임이 보다 전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교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gspark@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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