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행정 판결 중심으로 옮겨가야"
"조세행정 판결 중심으로 옮겨가야"
  • 기사출고 2008.09.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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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법 시리즈 발간하는 고성춘 변호사"세법 내용 익혀 낭패보는 일 없었으면"
"조세행정은 세법을 집행하는 것입니다. 세법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죠"

◇고성춘 변호사
지난 7월 법무법인 바른의 조세팀에 합류한 고성춘 변호사는 얼마전까지 국세청 공무원으로 근무한 세무행정가 출신이다. 2002년부터 5년 넘게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의 법무2과장으로 근무하며 국세소송과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의 업무를 두루 섭렵한 후 다시 변호사가 돼 납세자들을 만나고 있다.

세무행정가에서 조세 전문 변호사로 변신한 셈인데, "조세행정이 예규중심에서 법리중심, 판결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거듭 세법과 판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조세법(상,하)을 펴낸 것도 세법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그의 평소 소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상권에선 국세기본법, 법인세법, 부가세법을 다뤘다. 하권에선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정리했다. 비슷한 시기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사례연구도 함께 펴냈다.

특히 그가 연속해서 출간하고 있는 조세법 시리즈는 세무행정을 직접 경험한 변호사가 펴낸 최초의 실무서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하급심부터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물론 국세청 시절 다뤘던 실제 사건들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지난 3월엔 국세기본법 사례연구를 발간했으며,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 ▲소득세법 ▲조세민사 사례연구도 금년 내로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고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감사원에 들어가 부감사관으로 활약했다. 주로 금융사건을 담당했다고 한다. 2001년부터 잠시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2002년 국세청 개방직 채용시험에 응시해 세무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국세청이 개방직으로 채용한 첫 민간전문가가 고 변호사라고 한다.

"국세청 근무 첫 날부터 절대 대충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돈과 법을 통해 납세자와 직접 대면하는 곳이니까요."

5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하며 다룬 사건 중 그가 특히 보람을 느꼈던 사건은 이른바 '금괴 변칙거래사건'. 구매승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금괴를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해 영세율을 적용받아 부가세를 내지 않고, 국내로 금괴를 재공급하는 탈세유형이다. 특히 이 사안은 국가가 부가세를 받지 못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받아야 할 세금은 들어오지 않았는데 국가가 부가세를 환급해 줘야 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재판에 부쳐도 국가가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사자들의 공모여부를 입증하기가 대단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에 일어난 모 무역회사의 금괴 변칙거래 사건에서 고 변호사가 지휘한 법무2과가 이를 뒤집었다. 전담팀을 꾸려 관련서류가 위조된 사실을 끝까지 추적해 1, 2심에서 승소판결을 이끌어 냈다.

국세청에서 근무하며 썼다는 이른바 '결재일기'도 흥미있는 대목이다. 과원들이 결재를 위해 가져온 사건을 그날그날 정리한 자료집으로, 총 5만 건에 이른다고 그가 설명했다. 이런 노력이 쌓여 조세법 시리즈가 나오게 된 셈이다.

고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부당한 과세로 억울한 납세자가 한 명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부실과세도 없어져야 하지만, 납세자들도 조세행정에 대한 기본지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신입사원이 선배의 부탁에 별 생각 없이 명의를 빌려줬다가 주가조작사건에 휘말려 명의신탁증여로 의제되는 바람에 거액의 체납자가 된 사례도 있어요"

그는 "조세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안일하게 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발간한 조세법 시리즈가 세법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왔으며, 조세법 시리즈 외에도 '값진 실패, 소중한 발견', '찾지 않아도 있는 것을' 등의 저서가 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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