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배에서 복어 먹고 숨진 조리사 어선원…유족급여 지급해야"
[산재] "배에서 복어 먹고 숨진 조리사 어선원…유족급여 지급해야"
  • 기사출고 2024.12.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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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중과실 있으나, 보험 본질 해할 정도 아니야"

어선에서 조리사로 근무하던 A(사망 당시 55세)씨는 어선 승선 중이던 2022년 9월 13일 오후 5시 1분쯤부터 복통을 호소하다가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다음 날 사망했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복어독 중독. A씨는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이 없었으나, 잡힌 복어를 개인적인 식재료로 사용하고, 제대로 손질도 하지 않은 채 수시로 섭취했다.

A씨의 어머니가 유족급여 지급을 요청했으나,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승무 중 직무 외 사망에 해당한다며 거절하자 소송(2024구합74724)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12월 19일 "요양불승인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A의 행위는 어선원 직무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지배 · 관리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어선원 직무영역에서 벗어난 A의 개인적인 일탈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A는 복어조리기능사 자격도 없이 제대로 손질하지도 않은 복어 내장 등을 그대로 섭취하였는바, 이는 현저히 주의의무를 해태한 것으로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A가 조리되지 않은 복어를 부주의하게 취식한 것은 사실이나, 전후 상황을 볼 때 이것이 사망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것으로서 고의 또는 자해행위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고, A의 사망이 사실상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다"며 "이 사건 처분은 그와 같은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아니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직무상 재해에 대하여만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산재보험법과는 달리, 어선원재해보험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과 제27조 제2항 본문은 어선원 등의 경우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도 요양급여, 유족급여의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나아가 어선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승무 중 직무 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피고는 여전히 유족급여 지급 여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진다(어선원재해보상법 제27조 제2항 단서).

재판부는 "원고는 A의 모친으로서 A 사망 당시 만 76세의 고령이므로, A의 급여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상당하고, 그렇다면 피고는 사망 근로자 유족의 생활보장을 도모하는 유족급여의 취지에 비추어 원고가 A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었는지, A의 사망이 원고의 생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그와 같은 사정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처분서와 재결서 어디에도 사실상 피고가 이 부분 재량권을 행사하였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