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남편 동의로 설치한 홈캠에 녹음된 남편-시댁 대화 유출…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무죄
[형사] 남편 동의로 설치한 홈캠에 녹음된 남편-시댁 대화 유출…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무죄
  • 기사출고 2024.03.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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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녹음 재생은 '청취' 아니야"

자동 녹음 기능이 있는 홈캠(가정용 촬영기기)으로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대화하는 것을 녹음하고 이를 누설한 아내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A(여)는 2020년 5월 1일 오후 1시쯤부터 같은 날 오후 1시 40분쯤까지 경주시에 있는 자택 거실에서 자동 녹음 기능이 있는 홈캠을 이용해 남편과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의 동생이 나누는 대화를 녹음하고, 같은 날 오후 3시 41분쯤 메신저로 남편의 여동생에게 위 대화 녹음 파일을 전송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A는 이에 앞서 2020년 2월경 남편의 동의를 받아 홈캠을 설치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 본문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16조 1항은 '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1호) 및 '1호에 따라 알게 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2호)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먼저 녹음행위에 대해, "피고인은 2020. 2.경 녹음기능이 있는 영상정보 처리기기를 피해자인 남편의 동의를 받아 설치하였고, 위 설치 이후 영상정보 처리기기가 움직임을 감지하는 경우 별도의 조작을 가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녹음기능이 실행되므로, 피해자들 간의 대화도 이러한 자동 녹음실행에 의하여 2020. 5. 1. 13:00~13:40경 녹음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전제한 후, "위 영상정보 처리기기 설치 이후 3개월이 지난 2020. 5. 1. 무렵에 추가로 어떠한 '작위'로서의 녹음행위를 하였다거나, 그러한 행위를 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위와 같은 영상정보 처리기기 설치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녹음의 대상이 되는 대화의 주체나 상황 등이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위 설치행위가 공소사실에서 정한 녹음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타인 간 대화내용 녹음에 대한 구체적인 고의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누설행위에 대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각 규정을 해석해보면, 같은 법 제16조 제1항 제2호의 '대화 내용 누설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는 당해 대화 내용이 같은 법 제1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알게 된 것으로서, 같은 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위배되는 행위로 인하여 알게 된 것이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을 위반하여 타인간의 대화 내용을 알게 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같은 법 제16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하여 대화의 내용을 누설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심에서 예비적으로 A가 녹음하지 않았더라도 청취한 것으로 볼 수는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타인 간의 대화 청취 행위'는 타인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동시에 이를 청취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한다고 해석된다"며 "따라서 과거에 완료된 대화 내용의 녹음물을 듣는 행위는 위 구성요건 및 위 위반행위를 전제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도 2월 29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 A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2023도8603).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의 '청취'는 타인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대화의 내용을 엿듣는 행위를 의미하고, 대화가 이미 종료된 상태에서 그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하여 듣는 행위는 '청취'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하여 듣는 행위도 제3조 제1항의 '청취'에 포함시키는 해석은 '청취'를 '녹음'과 별도 행위 유형으로 규율하는 제3조 제1항에 비추어 불필요하거나 '청취'의 범위를 너무 넓혀 금지 및 처벌 대상을 과도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A는 남편의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위치정보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되었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선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라온이 1심부터 A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