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성년인 환자에게 턱교정 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의 아버지에게만 턱교정 수술의 후유증을 설명하고, 환자 본인에게는 설명하지 않았다. 법원은 설명의무를 위반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았다.
대구지법 김희동 부장판사는 3월 12일 턱교정 수술을 받은 후 감각이상이 발생한 A씨가 치과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단133165)에서 이같이 판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6월 12일 B씨가 운영하는 치과에서 B씨로부터 악교정 수술인 하악지 시상분할술을 시행받고, 보름여 뒤인 6월 29일 골판제거술을 시행받았다. 그러나 2020년 11월경부터 수술 부위의 감각 둔화 증상을 호소한 A씨는 2021년 7월 경북대 치과병원에서 제5뇌신경 손상을 진단받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수술 이후 제5뇌신경 손상을 입어 양측 하안면부 감각저하가 발생했는바, 이는 B씨의 시술상 과실로 인한 것임이 명백하고, 또한 수술 전 설명과 검사가 미흡했고, 수술 후 사후조치도 미흡했다"며 일실수익과 수술비, 진료비와 약제비, 위자료 1,000만원 등 5,8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김 판사는 먼저 "원고가 진료기록감정을 신청하지 않아 피고의 진료 및 수술 과정 등에서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 부산대병원 신체감정의는 '원고의 양측 구각부 사이에 감각이상과 같은 증상은 하악골 시상분할 수술시 비교적 높은 확률로 발생가능하고 빈도는 논문마다 상이함. 하악골 시상분할시 하치조신경이 노출되고 이러한 수술방법 자체가 신경손상 가능성이 높음. 의사 잘못인지 여부 확인 불가'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체감정의는 '하악지 시상분할술에 따른 감각이상은 수술방법상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사료됨'이라고 의견을 제시하였는바, 이 사건 수술 이후 원고에게 감각이상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수술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가 수술 전후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진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와 관련, "미용성형술은 외모상의 개인적인 심미적 만족감을 얻거나 증대할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질병 치료 목적의 다른 의료행위에 비하여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매우 약한 특성이 있으므로 이에 관한 수술 등을 의뢰받은 의사로서는 의뢰인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에 관하여 충분히 경청한 다음 전문적 지식에 입각하여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는 수술법 등을 신중히 선택하여 권유하여야 하고, 당해 수술의 필요성, 난이도, 수술 방법, 당해 수술에 의하여 환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부작용 등에 관하여 의뢰인의 성별, 연령, 직업, 미용성형 수술의 경험 여부 등을 참조하여 의뢰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함으로써 의뢰인이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보고 그 수술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은 의사 측에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4865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피고가 수술 전에 원고의 부에게 턱교정 수술의 합병증 · 후유증으로 감각이상이 윗입술, 입천장, 잇몸, 아랫입 술, 턱끝 등에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이나, 피고로서는 당시 성년인 원고에게 직접 이와 같은 설명의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가 이를 이행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위자료 700만원의 지급을 명했다.
참고로 대법원 2023. 3. 9. 선 고 2020다218925 판결에 따르면,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도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김 판사는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과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거나 위 설명의무 위반 정도가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와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라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에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남봉하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