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금융사기(메신저피싱)에 속아 은행 계좌를 제공하고 비정상 금융거래를 반복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사람이 손해의 30%를 물어주게 됐다.
급전이 필요했던 A는 2022년 10월 인터넷 대출 사이트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남긴 휴대폰으로 카카오톡 문자를 받았다. 자신을 모 저축은행 상담사로 소개한 사람은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출과 상환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A는 그의 안내대로 카드론으로 300여만원을 대출받고 가상계좌를 만들어 메신저피싱범이 지정한 다른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이어 이 금액을 다시 입금 받으면 또다시 송금하는 일을 계속 반복했다.
한편 같은 시기에 B(70대)는 자신의 딸을 사칭한 메시지 1통을 받았다. 메시지는 "휴대폰 액정이 깨져 보험처리 하는데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딸이 보낸 메시지로 착각한 B는 요구대로 신분증을 사진 찍은 뒤 이를 메시지로 전송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휴대폰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어플이 설치됨과 동시에 오픈뱅킹 계좌가 개설됐다. 곧이어 B의 은행 계좌에서 A의 계좌로 700만원이 이체됐다.
B는 딸과 전화통화를 통해 자신이 메신저피싱범에게 속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A의 계좌로 송금된 700만원은 메신저피싱범의 지시에 의해 A의 계좌에서 이미 제3의 계좌로 이체된 뒤였다.
B는 수사기관에 피해사실을 신고했으나 메신저피싱범은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명의를 빌려준 A에 대해 범죄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 B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법률구조공단에선 A가 대출을 위해 메신저피싱범과 수십 차례 통화하고 자신의 계좌에 송금된 돈을 시키는 대로 반복 이체한 비정상 금융거래에 주목했다. A가 범죄 가담 의도는 없을지라도, 부주의로 인해 범죄행위를 도운 점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봤다. 공단은 B가 입은 피해금에 대해 A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2022가소586522)을 냈다.
광주지법 박민우 판사는 1월 23일 A의 책임을 30% 인정, "A는 B에게 21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피고(A)는 불상자로부터 '피고가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불상자가 대신 상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신용도를 높이면 신용 불량자라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아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대출을 반복하여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그와 같이 실제 거래를 하지 않았음에도 금융거래를 한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는 비정상적이어서 합법적인 방법이 아님을 인식할 수 있음에도 본인 명의의 계좌 정보를 제공하였고, 본인 명의의 계좌에 송금된 돈이 어떤 자금인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입출금 내역을 늘리는 것이 신용도 상승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한 바 없이 본인 명의의 계좌로 원고의 돈이 입금되도록 하고 그 돈이 불상의 사기 범죄단에게 전달되도록 하여 과실로 사기 범행을 방조하였는바, 피고는 불상의 사기 범죄단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다만, "원고(B)도 전화금융사기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성명불상자의 설명만 듣고 경솔하게 원고의 신분증 등을 제공한 과실이 있다"며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