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헌재의 '주 52시간제' 합헌 판단 이유는?
[헌법] 헌재의 '주 52시간제' 합헌 판단 이유는?
  • 기사출고 2024.03.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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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근로자의 휴식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

휴일을 포함해 1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한 근로기준법 53조 1항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단을 받았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월 28일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19헌마500)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청구인들은 사업주들 내지 근로자로 고용되었거나 고용되려는 사람들로, 근로기준법 53조 1항이 계약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계약내용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며, 이 사건에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주 52시간 상한제는 헌법 제32조 제3항이 정하고 있는 근로조건 법정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고,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는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사항에 해당하므로,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는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되며, 입법자로서는 경제영역에서의 국가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고, 그러한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입법자의 권한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53조 1항은 법 개정 전에도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50조의 근로시간(40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었으나, 휴일은 1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에 연장근로 최대 12시간, 휴일근로 총 16시간(8시간씩 2일) 합계 1주 최대 68시간의 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2018년 3월 20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2조 1항 7호에 "1주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규정되면서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한정되고, 근로기준법 53조 1항은 실질적인 주 52시간 상한제 조항으로서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이번에 개정된 근로기준법 53조 1항에 대해 합헌 판단이 나온 것이다.

헌재 재판부는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하여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입법목적에 적합한 수단이 된다"며 "입법자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정 부분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는 경향, 포괄임금제의 관행 및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협상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 문제가 구조화되었다고 보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로 주 52시간 상한을 초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입법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상한 제한에 대한 다양한 예외 규정 외에도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의 유예기간, 한시적인 상시 3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특례,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지급 금지 등을 마련했고, 정부도 각종 지원금 정책 등을 시행하는 한편 입법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근로자에게도 임금 감소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정착시켜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졌던 왜곡된 노동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으로 인해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에 제한을 받지만, 오랜 시간 누적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더 크고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며 "따라서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고, 계약의 자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