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30일 HD현대중공업 근로자 A(57)씨가 울산조선소에서 굴착기를 운전하여 8도크 남쪽에서 건조 중인 선박의 진수를 위한 계류 작업을 한 다음 후속 작업을 위해 8도크와 9도크 사이에 있는 통로로 이동하다가 하청업체 근로자 B(68)씨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검사는 굴착기 운행 경로 등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사고가 난 도로가 평소 근로자들이 수시로 통행하는 곳인데도 굴착기 운행경로에 근로자를 출입시키지 않거나 유도자를 배치하여 굴착기를 유도하도록 하지 아니한 채 굴착기를 운행하도록 지시했다며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C(63)씨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혐의로 기소했다. 또 조선해양사업부 판계 공장에서 이동식 계단 우측에 안전난간을 설치하면서 상부 난간대를 설치하지 아니한 혐의로도 기소했다. HD현대중공업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울산지법 이재욱 판사는 그러나 2월 15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안전난간의 상부 난간대 미설치 혐의만 유죄로 인정, C씨와 HD현대중공업에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2023고단1020).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다.
검사는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혐의와 관련, "굴착기의 암,운전석 오른쪽 유리창에 부착된 전자장비, 반투명 비닐, 8도크 쪽에 적재된 자재, 공구함 등에 의해 굴착기 운전자의 시야에 사각 지대가 존재하고, 당시는 휴게시간 직전으로 근로자들이 건조 중인 선박 밖으로 나와 그곳을 통행하거나, 9도크 쪽 가장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므로, 운전 중인 굴착기에 근로자가 접촉되어 부딪힐 위험이 있었다"며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도급 사업주인 HD현대중공업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의 종류 및 성능, 운행경로, 작업방법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고, 운전 중인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근로자를 출입시키지 않거나 유도자를 배치하여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를 유도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이 사건 통로는 8도크와 9도크 사이에 있는 유일한 길로서 중앙선이 있는 차도와 인도가 실선으로 구분되는 포장된 사내 도로로 A가 굴착기 작업의 전 · 후에 작업장소 또는 주차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도로이고, 다른 도로를 이용할 가능성도 없어서, 작업계획서에 이 사건 통로를 운행경로로 기재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여 운행경로 미기재와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통로는 양방향으로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있고, 굴착기, 지게차, 고소작업대, 화물차, 일반 차량, 오토바이와 근로자들이 상시로 이동하는 통로이고, A는 8도크의 남쪽 작업장소에서 작업을 마친 이후에 다음 작업을 위해서 대기하려고 8도크 북쪽의 주차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8도크와 9도크 사이의 이 사건 통로를 이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지게차나 화물차가 이 사건 통로에서 그 옆에 공구나 자재를 하역할 때에는 지게차나 화물차가 작업 중이었다고 할 수 있어도, A는 굴착기를 운전하여 이동 중이었을 뿐이지,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그 본래의 용법에 따라 작업했던 것은 아니어서, 이 사건 통로가 굴착기를 작업하는 장소라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00조에 정한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C가 근로자가 굴착기에 부딪칠 위험이 있는 이 사건 통로에 근로자의 출입을 금지시키거나, 유도자를 배치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청림이 C씨와 HD현대중공업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