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철거 예정인 빈 연립주택에 종부세 부과 위법"
[조세] "철거 예정인 빈 연립주택에 종부세 부과 위법"
  • 기사출고 2024.0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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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투기 억제 종부세 목적과 무관"

기존의 임차인들이 모두 퇴거하고 철거를 앞둔 연립주택에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주택건설사업체인 A사는 2020년 12월 24일 다른 회사로부터 서울 용산구에 있는 연립주택의 5개 호실(5개 주택)을 취득하고, 같은 날 B사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사의 대표이사는 엿새 후인 12월 30일 용산구청장에게 이 연립주택의 해체허가신청서를 제출, 용산구청장이 2021년 8월 23일 관리자를 B사로 하여 건축물 해체허가서를 발급했다. A사는 이에 앞서 5개 호실의 임차인들과 2021년 1월 29일까지 주택에서 퇴거하는 내용의 명도합의서를 작성했고, 임차인들은 그 시기경 주택에서 모두 퇴거했다. 이 연립주택은 2021년 8월부터 해체가 진행되어 2022년 7월 해체공사완료(멸실) 신고가 이루어졌으며, 임차인들의 퇴거 이후 철거가 완료되기 전까지 계속 공실 상태였다.

그러나 영등포세무서가 2021년 귀속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인 2021. 6. 1. 현재 A사가 3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2021년 11월 A사에 2021년 귀속 종합부동산세 6억 2,700여만원과 농어촌특별세 1억 2,500여만원을 부과하자 A사가 이의신청과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거쳐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2022구합87160)을 냈다. A사는 "해당 연립주택이 외형상 주택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더라도 과세기준일 당시 이미 기존 임차인이 모두 퇴거하고 단전 · 단수되어 오직 철거만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주택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으므로 이를 주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11월 10일 "대상 건물(연립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2021년 귀속 종합부동산세 6억 2,700여만원과 농어촌특별세 1억 2,500여만원의 부과처분을 각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철거할 예정으로 취득한 주택의 경우, 부의 편중현상을 완화함으로서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투기적 목적의 주택 소유를 억제한다는 종합부동산세의 입법 목적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고 지적하고,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과세를 함으로 부동산가격안정 등의 적극적인 목적을 추구한다는 종합부동산세의 유도적 · 형성적 기능과도 거리가 멀다고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건물이 주택으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재판부는 또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을 양도받은 직후 곧바로 건축물해체허가 신청을 하였는데, 용산구청의 심의를 여러 차례 거치고 재차 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 그 허가가 2021. 8. 23.에야 있었던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건물이 사용되거나 사용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바, 건물의 외관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건물이 주택으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부과된 재산세에 관하여는 별도로 불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은 재산세 과세자료를 토대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일 뿐 근거 법률과 처분권자, 부과절차, 불복절차가 모두 별개인 독립한 과세처분이므로, 재산세 부과처분과 별도로 다툴 수 없다거나 위 재산세 부과처분이 이 사건 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용산구청장은 원고에게 이들 5개 연립주택에 대해 2021년 재산 귀속세 39,553,800원을 부과했다.

법무법인 시우가 A사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