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는데도 항소심이 이를 간과한 채 항소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가 상고심에서 파기되었다.
A는 2022년 4월 15일 오전 1시 41분쯤 울산 남구에 있는 가게의 화장실 방범창을 절단해 손괴하고 위 가게로 들어간 뒤 그곳에 있는 현금 28만원과 시가 합계 150만원 상당의 담배 약 330갑을 훔쳤다. 이어 같은 날 오전 1시 56분쯤부터 오전 4시 49분쯤까지 사이에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가게의 유리창을 깨트려 들어간 뒤 현금 10만원과 시가 합계 200만원 상당의 담배 수백갑을 절취, 절도죄 등으로 세 번 이상의 징역형을 받고도 누범기간 중 다시 2차례에 걸쳐 특수절도죄를 범한 혐의(특가법상 절도)로 기소됐다.
단독판사가 진행한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인정, A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A가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A의 항소를 기각했으나, 1심 판결문엔 판사의 서명날인이 누락되어 있었다.
1심 판결문에 법관의 서명날인이 누락된 것을 확인한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월 8일 원심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17388).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8조에 따르면 재판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 제41조에 따르면 재판서에는 재판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하며, 재판장이 서명날인할 수 없는 때에는 다른 법관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법관의 서명날인이 없는 재판서에 의한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가 정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이 있는 때'에 해당하여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도5338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기록에 의하면, 제1심 법원은 제3회 공판기일에 판결서에 의하여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제1심판결서에 재판한 법관의 서명날인이 누락되어 있고, 원심은 이를 간과하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이 있어 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