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와 5·18 사건,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특가법상 뇌물 사건 등의 1심 재판장을 맡아 1996년 8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으로 유명한 김영일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월 21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김 전 재판관은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제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이후 창원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 등을 거쳐 1999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되었다.
헌재 재판관 시절 수도이전특별법에 관한 위헌결정,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결정,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 이라크파병헌법소원 각하결정 등 여러 주요 결정에 참여했으며, 그의 주요 헌법재판 사건에서의 의견은 2005년에 나온 "헌법재판의 쟁점-재판관 김영일 의견집'에 잘 소개되어 있다.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이 내려진 대통령의 신임투표제안에 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김 전 재판관은 "공권력의 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므로 각하할 게 아니라 본안에서 심리해 위헌선언해야 한다"고 반대 소수의견을 냈으며, 각하할 게 아니라 본안심리를 해야 한다는 이 의견은 대통령탄핵심판사건에선 다수의견이 되었다.
2004년 5월 14일 선고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엔 9명의 재판관 중 누가 탄핵에 반대했고, 누가 찬성했는지 결정에 참여한 재판관들의 찬반 의견이 나오지 않지만, 법조 기자 출신의 이범준씨는 단행본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에서 재판관 9명 중 권성, 김영일, 이상경 세 명의 재판관이 주문에 반대했으며, 세 재판관 중 권성, 김영일 재판관은 결정문에 소수의견도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영일 전 재판관은 2005년 3월 재판관에서 퇴임하며 "헌재가 판결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하는 등 헌재의 결정을 폄하하는 의견이 많지만 나는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또 퇴임사에서 "헌재 재판관이 정치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치적 감각이 헌법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그 범위를 넘어 헌재가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헌재 재판관의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법의 의미를 찾고 헌법정신을 해석하는 작업은 오로지 법조인만이 할 수 있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월 25일 오전 6시, 장지는 충북 괴산군 호국원이다.
유족은 부인과 2녀 1남.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