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혼인무효 판결 받으면 혼인 기록 지울 수 있을까?
[가사] 혼인무효 판결 받으면 혼인 기록 지울 수 있을까?
  • 기사출고 2024.01.3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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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범죄행위로 인한 혼인무효 경우만 가능"

혼인무효 판결을 받으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혼인 기록을 지울 수 있을까? 결론은 혼인무효사유가 범죄행위인 경우에 한해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이 가능하고, 그밖의 사유로 인한 혼인무효의 경우엔 무효인 혼인 기록 자체가 남아 혼인신고에 관한 부분에 선을 긋고, 정정사유 등을 표시한 상태로 혼인관계증명서가 발급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월 25일 이같은 내용을 규정한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42호로 개정된 것) 2조 1호와 3조 3항에 대해 평의 참여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2020헌마65). 혼인무효사유가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기록 보존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헌법소원 심판대상조항(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2조 1호와 3조 3항)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의가 없음을 원인으로 하는 혼인무효판결에 의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으로 해당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된 때' 가운데 '그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에 한정하여 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을 부여한 조항으로, 청구인과 같이 등록부 재작성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정정된 등록부가 보존되고, 그에 따라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제한된다"고 전제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신분관계의 이력이 노출됨으로 인한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면서도, 진정한 신분관계의 등록 · 관리 · 증명을 통하여 국가행정 및 개인의 권리행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 ·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제한적인 경우에만 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무효판결을 받아 등록부를 정정한 경우 정정된 등록부를 보존하고 재작성을 제한하는 것은, 가족관계등록제도의 제도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며, 혼인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게 되었다고 하여 그에 관한 기록을 보존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혼인에는 민법에서 규정하는 일반적 효력이 인정되는 외에, 혼인관계로 형성된 배우자 또는 친족의 지위에 따라 여러 개별 법률에서 정한 특별한 규정이 적용되고, 이는 혼인의 당사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법률관계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문제가 되는바, 법률관계를 안정시키고 명확히 하기 위하여 공적 증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과거 형식적으로 성립하였으나 무효가 된 혼인에 관한 등록부 기록사항의 보존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재에 따르면, 위 사무처리지침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행위로 인한 혼인무효 외에도 혼인의 무효가 명백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 정정을 한 경우(가족관계등록법 제105조), 관할 가정법원장(지방법원장)이 사회통념상 이해관계인에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이 지침 제2조 제3호)에는 등록부 재작성이 허용될 수 있다.

A(여)는 2019년 4월 혼인신고를 했으나, 같은 해 11월 혼인무효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A는 혼인무효판결에 따라 천안시 서북구청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신청해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되었으나,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초한 혼인관계증명서가 무효인 혼인의 신고에 관한 부분에 선을 긋고, 정정사유 등을 표시한 상태로 발급되자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A의 혼인무효사유는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가 아니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