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코로나 마스크 매입 후 10일내 판매 안 했어도 폭리 목적 없었으면 매점매석 아니야"
[형사] "코로나 마스크 매입 후 10일내 판매 안 했어도 폭리 목적 없었으면 매점매석 아니야"
  • 기사출고 2024.01.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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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매 · 생산 준비행위도 영업에 포함"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월 4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던 2020년 4월 마스크를 대량으로 매입한 후 10일 이내 반환 · 판매하지 않은 혐의(물가안정법상 매점매석행위 금지 위반) 등으로 기소된 마스크 판매업자 A씨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A씨의 업체에 대한 상고심(2023도2836)에서 폭리 목적이 없어 매점매석 혐의는 무죄라고 판결, 사건을 부산고법 창원재판부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4월 24일경부터 27일경까지 보건용 마스크(KF94) 총 32,000개를 매입하여 판매하던 중, 위 마스크 중 12,000장을 10일 이내에 반환 · 판매하지 않고 7월 14일경까지 사무실에서 77일간 보관하여 매점매석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물가안정법) 7조는 "사업자는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매점(買占)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물가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여 매점매석 행위로 지정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로 마스크 판매 영업을 한 사업자의 경우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 반환 · 판매하지 않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고시했다. 

A씨는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아니하거나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보건용 마스크 총 310,154개를 합계 767,205,000원에 판매한 혐의(물가안정법상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와 A씨의 업체에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자 A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매점매석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물가안정법 제26조, 제7조 위반죄는 초과 주관적 위법요소인 '폭리 목적'을 범죄 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이므로, '폭리 목적'은 고의와 별도로 요구됨은 물론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고, "폭리 목적에 대한 증명책임도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가 이 사건 고시 제5조에서 정한 매점매석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폭리 목적을 추정할 수는 없고, 다만, 행위자에게 폭리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피고인이 해당 물품을 매입한 시점 · 경위, 판매를 위한 노력의 정도, 판매에 이르지 못한 사정, 해당 물품의 시가 변동 및 시장 상황, 매입 및 판매 형태 · 수량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2020. 1. 31.경 부터 2020. 5.경까지 적어도 약 45만 6천장의 마스크를 전부 공공기관 또는 관공서에 공급 · 판매하였고, 마스크 부족으로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못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인 2020. 3.경에는 경남 소재 의료기관에도 마스크 공급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매 광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적법하게 마스크를 판매 ·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 사실, 이 부분 공소사실(매점매석 혐의)에 기재된 마스크의 매입단가는 1,940원 또는 1,960원이고, 이 부분 공소사실 일시경인 2020. 4. 22.부터 2020. 6. 5.까지 피고인 회사가 공공기관 · 관공서에 공급한 약 35만장의 판매단가는 1,200원 내지 2,500원인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은 사정은 피고인들이 지속적으로 판매를 위한 노력을 한 정황이자 폭리를 목적으로 마스크를 매점하거나 판매를 기피한 행위와는 배치되는 대표적인 정황"이라고 밝혔다. 또 "실제 판매단가는 물론 피고인 회사가 의료기관에 판매 광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을 당시에 제시하였던 판매단가 역시 마스크의 당시 시장가격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바, 여기에다가 유통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직접 취득한 이윤 또는 이득의 규모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은 물론 피고인들의 판매 형태 · 수량 및 시가 변동 · 시장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는 '폭리 목적'과는 상당히 배치되는 정황"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로 마스크 판매 영업을 한 사업자의 경우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 반환 · 판매하지 않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한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영업'의 해석과 관련해서도, "해당 사업자에게 실제로 판매 또는 생산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직접적 · 구체적으로 판매 또는 생산행위에 착수한 경우는 물론 객관적으로 보아 판매 또는 생산을 위한 준비행위를 한 경우라면 널리 이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피고인 회사가 고시 제5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2020. 1. 1. 이후 신규 영업을 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고시 제5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2019. 1. 1. 이후 신규로 영업을 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히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피고인 회사는 2019. 10.경에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물품등록을 하여 2019. 10. 11.부터 2022. 10. 30.까지의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의 조달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로 말미암아 조달청의 지시로 조달판매가 일시 정지된 상태에서 2020. 6. 26.경 기존 다수공급자계약이 일괄하여 해지 처리되었다"며 "피고인 회사가 주로 마스크를 판매 · 공급한 상대방이 공공기관 · 관공서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 대하여 2020. 3.경부터 마스크 판매와 관련한 수사가 개시된 상황에서 조달청의 조달판매 일시 정지조치 및 기존 다수공급자계약 일괄 해지 조치까지 더하여 이루어지는 바람에 피고인들이 확보 · 매입한 마스크의 완전한 판매에 이르지 못하였거나 그것이 통상적인 판매를 지연시킨 주된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 회사는 2019. 5. 16. '방진마스크, 보건용 마스크'에 대하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경쟁입찰참가자격을 등록하였고, 2019. 9. 24. 법인 등기부에 '마스크 판매업' 등을 목적사업으로 추가하였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2019. 10.경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물품등록도 하여 2019. 10. 11.부터 2022. 10. 30.까지의 조달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조달청의 지시로 조달판매가 일시 정지된 상태에서 2020. 6. 26.경 기존 다수공급자계약이 일괄하여 해지 처리되었다"며 "즉, 피고인 회사는 2019. 5. 16.부터 마스크 판매 영업을 실질적으로 개시하였거나 객관적으로 해당 영업의 준비행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2019. 10.경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의 조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구체적 · 직접적인 영업행위를 시작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고, 단지 예상하지 못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하여 실제 판매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