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민사1-2부(재판장 박정운 부장판사)는 11월 9일 인천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신장암 수술을 받다가 췌장 일부가 절제되어 소실된 세무사 A(64)씨가 길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22나64979)에서 길병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모두 1,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길병원에서 2018년 8월 3일과 9월 8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후 신장암(의증)과 대동맥 주위 림프절 비대로 림프절 전이(의증) 소견을 받았고, 이후 최종적으로 왼쪽 신장암 진단을 받았다. A씨에 대한 병리검사 결과상 A씨의 신장암 병변은 주변 지방 조직에 번져 있는(침윤) 양상이었으나, 영상 검사 결과에 의하면 A씨의 췌장에는 어떠한 병변도 확인되지 않아 췌장 절제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A씨는 9월 17일 길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왼쪽 신장 적출술을 받는 과정에서 췌장 일부가 절제되어 췌장 전체 용적의 20~30% 정도가 소실되었고, 이에 따라 췌장 손상으로 인한 췌장 루(fistula)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췌장액 누출로 누출액 고임과 감염, 그에 따른 복막염 등이 병발되어 소화기내과, 외과, 감염내과 등과의 협진을 통해 췌장액 분비를 줄일 수 있는 약물을 비롯한 항생제 투여와 배액관 삽입술 등의 치료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에 대하여 실시한 이 사건 수술(좌측 신장 적출술) 과정에서 원고 췌장 전체 용적의 20~30%가 절제되는 등으로 악결과가 발생하였는바, 수술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부득이한 이유로 원고의 췌장 일부를 절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수술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위와 같은 악결과는 수술에 있어 기울여야 하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의료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기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수술에 있어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 등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피고는 이에 대해 "수술 부위인 왼쪽 신장 주변에 여러 장기와 혈관 등이 인접해 있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최선의 주의를 기울였다고 하더라도 수술 부위 인접 장기에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원고에게 발생한 악결과는 일반적인 합병증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이 어느 정도 있었음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보고된 췌장 손상 발생 비율이나 수술 과정에서 절제된 원고 췌장 용적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당시 일반적인 의학수준에 비추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치료비와 위자료 1천만원을 포함해 17,273,872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그러나 수술에서 발생한 악결과로 인한 71일의 초과입원 기간 동안의 수입 상실 상당액, 즉 일실수입 28,129,481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악결과로 인하여 당초 예상한 기간을 71일간 초과하여 입원해 있었던바, 악결과로 인한 초과입원 기간 동안 원고는 노동능력을 전부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초과입원 기간 동안 원고가 상실한 수입액 상당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원고가 위 초과입원 기간 동안 상실한 수입액에 관하여 보건대, 세무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원고의 2018년도(과세기간 2018. 1. 1.부터 2018. 12. 31.까지) 수입금액은 359,584,423원, 그중 소득금액은 131,468,765원인데, 2019년도 수입금액은 398,286,327원, 그중 소득금액은 144,108,104원, 2020년도 수입금액은 383,432,669원, 그중 소득금액은 128,631,187원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원고에게 악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원고가 2018년도에 위에서 인정한 소득금액을 초과하는 소득을 얻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준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길병원 측은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