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계약은 통상적인 임대차계약과 다르기 때문에 모텔 객실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한 경우 투숙객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11월 2일 인천 부평구에 있는 모텔 객실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이 모텔을 운영하는 A씨에게 화재보험금 5,800여만원을 지급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이 객실의 투숙객 B씨와, B씨가 책임보험에 든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의 상고심(2023다244895)에서 이같이 판시,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가 투숙한 A씨의 모텔 객실 내부에서 2021년 4월 21일 오후 7시 58분쯤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 위 객실 내부가 심하게 훼손되고 내부의 집기 부품이 소훼되었다. 또 7층 전체에 그을음이 발생하였고, 6층 내부가 물에 잠기는 손해가 발생했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잠에서 깨었을 때 본인이 앉아 있던 소파 쪽에서 핸드볼 공 크기의 불이 일어나서 손으로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불을 끄지 못하고 노래방 문 밖 객실 안에 있는 수돗물로 수건을 적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하여 노래방 문을 열자마자 불꽃이 크게 일어나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대법원은 먼저 "숙박업자와 고객의 관계는 통상적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와는 다르다"고 전제하고, "숙박업자는 고객에게 객실을 사용 · 수익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고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숙박할 수 있도록 시설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객실을 비롯한 숙박시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기간 중에도 고객이 아닌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다38718, 39725 판결 참조)"며 "그렇다면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중 목적물을 직접 지배함을 전제로 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 이행불능에 관한 법리는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숙박계약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고객이 숙박계약에 따라 객실을 사용 · 수익하던 중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인하여 객실에 발생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업자의 부담으로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이유를 들어 객실 내 화재의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고객인 B에게 채무불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고, 위 화재의 발생 내지 확대에 관하여 B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은 이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며 "원심의 이유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론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숙박계약 관련 고객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세창이 피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