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위안부 피해자 日 상대 손배소 항소심 승소
[손배] 위안부 피해자 日 상대 손배소 항소심 승소
  • 기사출고 2023.11.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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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국가면제 부정되는 경우 해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이겼다. 다른 국가를 상대로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한 1심을 뒤집고, 국가면제를 부정한 것이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개의 손배소 중 하나는 1심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본의 불법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고,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일부 청구인 1인당 2억씩 배상하라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11월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 김복동 할머니의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21나2017165)에서 1심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금액을 전부 인정해 "피해자별로 1인당 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가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1심 판결을 취소하는 경우, 항소법원은 사건을 1심 법원에 환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1심에서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어 있어서, 민사소송법 418조 단서에 따라 항소심 법원이 본안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국가면제 인정 여부는 법원(法源)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국제 관습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국제 관습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일반 관행의 존재'(국가 실행)와 '법적 확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관습법에 관한 국가 실행과 법적 확신을 탐구하는 데에는 국제 관습법의 변화 방향과 흐름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데,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그 법정지국 국민에 대하여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그 행위가 주권적 행위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 관습법이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러한 국제 관습법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피고의 행위는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법정지국 국민인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하여 자행된 불법행위로서, 피고의 국가면제가 부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UN 국가면제협약, 유럽 국가면제협약과 미국, 영국, 일본 등 다수 국가의 국내법 입법 내용에 더하여 이탈리아 법원의 페리니 판결, 브라질 최고재판소의 이른바 Changri-la 판결, 2022. 4. 14. 선고된 우크라이나 대법원 판결 등 '법정지국 영토 내 인신상 사망이나 상해를 야기하는 등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가해 국가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가 실행이 다수 확인된다"며 "이러한 국가 실행은 UN이나 유럽의 협약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국가들의 개별 입법 및 최고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이루어진 것인바, 이와 같은 국제적 관행에 대하여 법적 확신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 국가면제와 관련한 국제법 체계가 이미 개인의 재판청구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2년 선고된 ICJ 판결은 '무력 분쟁 수행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발생한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으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피고의 행위는 '무력 분쟁 수행 중'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위 ICJ 판결과도 배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는, 피고가 당시 점령 중이던 한반도에서 그 국민들인 원고들 등을 납치 · 기망 · 유인하여 위안부 생활을 강요한 행위를 불법행위로 구성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고, 원고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대한민국 민법을 근거로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은 이 사건의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며 대한민국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했다.

다음은 본안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와 범위.

재판부는 "피고는 전쟁 중 군인들의 사기 진작 등을 목적으로 위안소를 설치 · 운영하면서, 당시 10, 20대에 불과하였던 이 사건 피해자들을 기망 · 유인하거나 강제로 납치하여 위안부로 동원하였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매일 수십 명의 피고 군인들로부터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당하였고, 그 결과 무수한 상해를 입거나 임신 · 죽음의 위험까지 감수하여야 했으며, 종전 이후에도 정상적인 범주의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전신(前身)인 일본제국도 피고의 현행 헌법 제98조 제2항에 따라 피고가 체결한 조약 및 국제법규를 성실하게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가 당시 가입하였던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 「백인노예매매의 억제를 위한 국제조약」,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금지 조약」, 「노예협약」,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한 것이고, 당시 일본 제국 공무원들은 피고의 구 형법 제226조에서 금지하는 '국외 이송 목적 약취 · 유인 · 매매' 행위를 하였으며, 일본제국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거나 방조하였다"며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대한민국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피해자별 위자료는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일부 청구로 주장하는 각 200,000,000원은 초과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송달은 헤이그 송달협약에 따른 송달이 반송되어 공시송달로 진행되었다. 재판부는 "항변사항에 해당하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이나 '위안부 관련 2015년 한 · 일 합의' 등이 위 손해배상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 여부,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 등은 피고가 변론하지 않아 이 사건의 쟁점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지향과 법무법인 피앤케이, 법무법인 해마루, 법무법인 가로수, 법무법인 한결, 법무법인 원, 동화 법무법인, 법무법인 에이프로, 박근덕 변호사 등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피고 대리인은 없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