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23년 업무계획에서 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방안의 일환으로 (i)편법적 지배력 승계, 중소기업 경쟁기반 침해행위, 부실계열사 지원행위 등 공정경쟁의 기반을 저해하는 부당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ii)총수일가 사익편취와 관련하여 판단기준, 적용 예외사유 등을 정비한 사익편취 심사지침의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라 공정위가 2023년 제재한 부당이익, 사익편취 관련 최근 주요 동향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공정위는 위와 같이 편법적 지배력 강화 등 지원의도로 이루어진 부당지원이나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조사 · 제재하고, 그 과정에서 지원의도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2023년 사건 중 호반그룹, 세아그룹 사건의 경우 편법적 지배력 승계를, 부영 및 오씨아이그룹 사건의 경우 부실계열사 지원을 문제 삼는 등 주요 사건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위와 같은 특정한 지원의도를 강조하였다.
둘째, 공정위는 위와 같은 지원의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규정을 중복적용하거나 위 규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의율해 왔다. 공정거래법은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는 제45조 제1항 제9호, 제2항에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대하여는 제47조에서 별도로 규율하고 있다. 또한 제47조의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는 지원주체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이어야 하고, 지원객체는 총수일가(동일인 및 그 친족) 또는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회사, 그 계열회사 지분이 50% 이상인 국내 계열회사여야 하며, 금지 유형으로 '사업기회 제공' 등 제45조 제1항 제9호의 부당지원에서 규정하지 않은 내용들을 규제하는 등 부당지원, 사익편취 규정은 그 요건이 구별된다.
호반그룹 사건, 부당지원 적용범위 확대
그런데 오씨아이그룹 사건, 한국타이어그룹 사건에서는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부당지원, 사익편취 규정을 중복 적용하였다. 또한 호반그룹 사건에서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자산요건에 미달하여 사익편취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 지원주체가 특수관계인이 대주주인 지원객체에 공공택지를 전매한 사안에서, 공공택지 매매 자체로는 차익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 택지에서 향후 상당한 이익이 기대되는 사업을 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므로 공공택지 전매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현행법 제45조 제1항 제9호)의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사실상 부당지원 규정의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공정위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해서까지도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감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023년 9월 14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지배력이 높은 중견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하여 엄정한 법 집행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견기업은 제약, 의류, 식음료 등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높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대기업집단에 비해 내/외부 견제장치가 부족하여 보다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그 배경을 강조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그 직후 몇몇 제약기업, 식음료기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등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도 하였다.
넷째,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을 개정하여, 2023년 5월 22일부터 시행하였다. 주요 개정사항은 ①부당한 이익제공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을 구체화하여 '제공 주체 · 객체 간의 관계, 행위의 목적 · 의도 및 경위, 귀속이익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②물량 몰아주기의 예외요건을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또는 '합리적 고려' 중 하나만 거치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령에 부합하게 개정하고, ③물량 몰아주기의 예외인 효율성, 긴급성의 사례를 추가하였다.
그리고 2023년 법원에서도 사익편취 관련 주요한 법리를 설시한 중요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은 태광 사건(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2두38113 판결)에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대한 특수관계인의 지시 · 관여를 금지하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현행법 제47조 제4항)의 해석 · 적용 관련 법리와 간접관여의 판단기준에 대해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태광 사건, 묵시적 승인에 '간접적 관여' 인정
위 사건에서,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관여'했는지는,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내용과 결과, 해당 행위로 인한 이익의 최종 귀속자가 누구인지,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의 의사결정 또는 실행과정에서 법률상 또는 사실상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특수관계인 외에 실행자가 있는 경우 실행자와 특수관계인의 관계 및 평소 권한 위임 여부, 실행자가 특수관계인의 동의나 승인 없이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가능한지, 해당 행위를 할 동기가 있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때 특수관계인은 기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계열회사 임직원에게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를 장려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특수관계인의 '간접적 관여'를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해당 조항은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에도 해당되는데, 위 판시와 같은 법리가 형사사건에서 그대로 통용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다소간 의문이 있다. 원심이 설시한 증거관계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위 사안이 형사법상으로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앞으로 법원이 공정거래법의 법리 판시나 포섭 판단에 대한 판시를 낼 경우에 상당히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새롭게 제기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
이상과 같이 공정위가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건에서 지원의도를 중시하고, 관련된 법조항들을 적극적으로 의율하며 중견기업집단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의 시정명령, 과징금 등 행정제재에 거치지 않고 고발을 통해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추세도 이제 일반화되었다. 검찰도 이전부터 엄중한 수사를 진행해 온 카르텔 사건을 넘어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건에서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의사결정의 지시, 관여자를 규명하여 구속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건의 최근 검찰 수사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동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한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건에서 법위반 행위에 대한 추가 증거 확보, 특수관계인의 지시 · 관여 행위에 대한 규명을 위해 적극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이후 SPC그룹의 부당지원 사건, 삼성그룹의 급식 부당지원 사건, 한국타이어그룹의 사익편취 사건 등 검찰이 법위반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한 주요 사건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광범위한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개시하였다. 공정위가 행정조사권의 한계로 형사처벌에 필요한 정도의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였거나 지시 · 관여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법인만 고발한 사건의 경우, 위반행위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자의 규명과 처벌을 목표로 한 압수수색은 검찰수사의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법원의 태광그룹의 사익편취 사건에서 판시한 '간접적 관여법리'로 인해 특수관계인 관여의 인정 범위가 예전보다 확대된 것으로 보아 이를 규명하기 위한 압수수색 경향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고발요청 · 처벌 사례 꾸준히 증가
다음으로, 공정위가 법인만 고발한 사건이라도 수사 확대를 통해 법위반행위에 가담하거나 관여한 개인에 대한 고발요청을 통한 처벌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에 대한 처벌 확대 경향은 2022년 이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진행한 철도침목 입찰담합사건, 관급 철근 입찰담합사건, LH발주 임대주택 보혐계약 입찰담합사건, 아파트 빌트인가구 입찰담합사건 등 카르텔 사건에서 주요한 수사 원칙의 하나로 자리 잡아왔다. 2023년 공정위가 특수관계인 등 개인의 지시 · 관여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법인만 고발한 한국타이어 그룹의 사익편취 사건 등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지시 · 관여의 증거를 확보하여 특수관계인이나 팀장, 과장급 실무자들에 대한 검찰총장 고발요청을 통해 수사를 확대하는 경향이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건의 수사에서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특히 사익편취 사건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귀속, 경제력 집중의 유지 · 심화로 이어지므로 법인에 대한 벌금형 처벌만으로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부족하고, 지시 · 관여 행위자 및 가담자, 부당한 이익의 최종 수혜자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은 행위의 성격이나 재발방지를 위해 불가피하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건 수사에 있어 고발된 공정거래법위반 혐의 이외에 사안의 성격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까지 추가로 의율하여 확대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부당한 지원행위나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규정은 그 자체로서 지원주체로 하여금 지원객체에게 지원행위나 이익제공행위를 하게 하는 자의 배임적 행위를 내포한 행위 태양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지원행위나 이익제공행위를 통해 지원주체나 그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나 손해 발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형법상 배임죄에도 해당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거래법위반죄는 공소시효가 5년에 불과하지만, 특경법 배임죄를 추가로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확대되고 법정형도 중하기 때문에 몇몇 사건에서 배임죄를 추가로 적용하여 특수관계인을 구속 기소하기도 하였다.
이상과 같은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건 수사에서의 압수수색, 고발요청, 배임죄 추가 적용 등을 통한 위법행위의 지시 · 관여자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 경향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이러한 처벌 강화 추세에 맞추어 공정위도 지난 10월 19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가 중대하여 법인을 고발할 경우 이에 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 하였다. 그동안 공정위의 임의 조사권의 한계로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명백히 입증하기 곤란하여 고발을 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는데, 특수관계인에 관여 정도에 상응하는 책임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힐 수 있도록 원칙적 고발대상으로 변경하여 고발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이다.
공정위의 부당지원, 사익편취 사건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및 중견그룹으로의 조사 확대, 검찰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적극적 수사 의지는 앞으로도 그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도 이러한 규제 및 집행 강화 추세에 맞추어 리스크 점검 및 예방을 위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거래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해당 거래의 필요성, 거래조건의 적정성, 관련 법령 및 정관, 이사회 규정에 정하는 바에 따른 절차의 정당성 확보, 실제 거래과정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한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구조의 설계, 운용의 필요성이 요청되며, 아울러 형사 리스크의 사전 점검과 예방 또한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진상훈 · 강동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sanghoon.jin@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