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9월 14일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우대하는 성차별 채용을 지시한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기소된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에 대한 상고심(2023도6101)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1심부터 김 전 행장을 변호했다.
김 전 행장은 2013년 하반기 하나은행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담당자들과 공모해 남녀 지원자를 미리 정한 4대 1의 비율에 따라 차별 선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남성 지원자 104명, 여성 지원자 19명(여성 합격자 비율 15.4%)이 최종 합격했다.
검찰은 김 전 행장이 전체 직원 중 남자 직원이 부족해 향후 남성 위주로 신입직원을 뽑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하여 남성 우대 채용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채용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차별 채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김 전 행장이 이같은 사실을 지시한 채용 차별의 공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김 전 행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별로 군을 나누어 합격기준을 달리하는 채용 방식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는 등 차별 채용의 구체적인 과정이나 수단까지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이 성별 편중 현상 등 인력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외부에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음은 별론으로, 위와 같은 정도의 의사표명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채용에 관한 인식 및 고의를 구성하기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바, 피고인에 대하여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채용 방식은 기록 및 변론에 의하여 확인되는 바에 의하더라도 적어도 10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고, 은행장의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남녀별 합격자 비율 내지 인원수를 사전에 내정하고 차별적 기준을 적용하는 동일한 방식의 채용이 계속된바,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하나은행 인사부 내부적으로 전승되어 온 지침에 의하여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으로 보이고, 임기가 수년에 불과한 은행장들의 의사결정이 거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은행장인 피고인이 인사부 채용담당자들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공모하여 인사부 채용담당자들의 합리적 이유 없는 성별차별행위, 즉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차별 채용을 실제 수행하고 임직원 자녀 등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인사부장 등 인사담당자들은 올 3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