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삼성물산, 금속노조와 과거 10년간 단협 단체교섭하라"
[노동] "삼성물산, 금속노조와 과거 10년간 단협 단체교섭하라"
  • 기사출고 2023.09.06 08: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대항노조 설립 무효…과거 근로관계이지만 교섭 요구 실익 있어"

삼성물산이 대항노조로 설립한 '에버랜드노조'가 설립 무효 판결을 받음에 따라 에버랜드노조의 활동 기간에 응하지 않은 전국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이행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와 같은 경우 과거의 근로관계에 대한 단체교섭 이행청구도 가능하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38-1부(재판장 정경근 부장판사)는 6월 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011∼2020년 임금 · 단체협약에 대해 단체교섭을 이행하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2나2035436)에서 금속노조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의 단체교섭청구에 대해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금속노조를 대리했다. 삼성물산은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삼성물산은 2011년 6월 29일경 그 무렵 설립된 에버랜드노조와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한 이래 2020년경까지 9년간 에버랜드노조와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했으나, 금속노조 삼성지회의 단체협상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2011넌 7월 출범한 금속노조 삼성지회는 같은 해 8월경부터 매년 삼성물산에게 부당노동행위의 중단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협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금속노조는 2019년 에버랜드노조를 상대로 노동조합 설립무효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2021년 8월 '에버랜드노조는 진성노조인 기존 노조의 설립을 방해하고 그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대항노조로 헌법 제33조 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을 맡은 수원고법 재판부가 2022년 5월 에버랜드노조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금속노조는 이와 함께 2021년 2월 삼성물산에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삼성물산은 2021년 3월 '금속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조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과반수 노조이다'라는 취지의 공고를 했다. 이 공고에 대하여 에버랜드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년 4월 삼성물산의 교섭단위에서 금속노조가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고 결정했다.

금속노조와 삼성물산은 2021년 단체교섭을 실시해 2022년 4월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했으나, 금속노조는 "금속노조가 삼성물산 사업장에서 2011년부터 단체 교섭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삼성물산은 금속노조의 단체교섭이행청구에 응하지 않고 대항노조인 에버랜드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하여 왔다"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인사와 임금, 노동시간, 휴일 등 단체교섭사항에 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하라"며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원고의 과거의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할 실익이 없어 원고의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본안전 항변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는 과거의 근로조건도 단체교섭이행청구의 대상이 된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청구를 하고 있고, 원고의 주장이 타당한지는 본안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단체협약이행청구의 교섭사항이 과거의 근로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은 본안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이 사건 교섭사항은 의무교섭사항에 해당하고, 원고는 대상기간(2011년~2020년) 동안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청구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이었다"며 "따라서 원고가 대상기간 동안 피고에게 교섭청구를 계속해왔음에도 단체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구하는 교섭사항이 과거의 근로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의무교섭사항에서 제외된다거나 교섭청구를 구할 실익이 없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에버랜드노조의 설립이 무효가 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와 에버랜드노조 사이의 단체협약에 기초하여 형성된 근로관계가 모두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고는 여전히 대상기간 동안의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이행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원고가 구하는 단체교섭이행청구가 과거의 법률관계를 모두 무효로 돌릴 것을 전제로 하는 것도 아니다"며 "원고는 여전히 위 기간의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통하여 기존의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할 수도 있으므로 대상기간의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실익이 있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274607 판결의 취지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청구는 피고가 대상기간의 근로관계에 관하여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그 교섭에 나아갈 것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고, 원고가 요구하는 모든 교섭사항에 대하여 협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거나 기존의 단체협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새로운 근로조건을 형성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동조합 역시 성실교섭의무를 부담하는바(노동조합법 제30조 제1항), 세부적인 교섭사항이나 이행가능성을 고려한 교섭사항의 조정 및 그 이행방법 등에 관하여는 상호 성실한 교섭의무의 이행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고, 따라서 향후 교섭과정에서의 실무상 문제점이나 이행과정에서의 실익 등을 따져 교섭청구권의 유무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사건 교섭사항에 관한 원고의 단체교섭이행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성실히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삼성물산이 6월 22일 상고장을 제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