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2년만에 LG로 옮긴 권오준 부사장
판사 2년만에 LG로 옮긴 권오준 부사장
  • 기사출고 2008.03.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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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변호사는 동반자이자 조언자…리스크 함께 져야"
"고무도장처럼 유명무실한 통과의례가 되어선 안되겠지요. 그렇다고 대안 없이 브레이크만 걸어대는 통제기관처럼 군림해도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권오준 부사장
LG전자 법무팀을 이끌고 있는 권오준 부사장은 사내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회사 업무에 적극 참여해 리스크를 함께 져야 한다"며, "한마디로 표현하면, 동반자적 입장에서의 조언자로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F 위기 직전인 1997년 9월 잘 나가던 판사직을 그만두고, LG그룹에 합류한 그는 처음엔 그룹 법무팀에 소속돼 그룹에 관련된 법무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기업을 파는 쪽의 M&A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기업체 사내변호사가 된 지 한 달 만에 IMF를 맞아 혹시 후회하지 않았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그러나 "정말 일이 많았다"며,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기업의 위기를 실감했다"고 10년 전 LG에 합류했을 때를 떠올렸다.

하버드 로스쿨서 LL.M. 받은 뉴욕주 변호사

권 부사장은 IMF위기가 진정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을 한 후 뉴욕주 변호사가 돼 LA에 있는 미국 로펌에서 근무한 후 2003년 상반기 귀국해 2004년부터 LG전자 법무팀을 지휘하고 있다.

"회사마다 법무팀에 대한 기대가 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법무팀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해야 할 때라는 게 10년 넘게 기업체 법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 판단입니다."

그는 또 "법무팀의 주인이 변호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변호사 자격을 갖춘 직원들에게도 법무팀에 들어오는 순간 변호사라는 우월의식을 버리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법률적 소양은 필요하지만, 변호사라는 자격 유무를 떠나 기업의 법무수요를 정확히 끄집어내고, 이를 회사 바깥의 변호사 등과 함께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법무팀의 역할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권 부사장은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했으나 판사가 된 지 2년여만에 법복을 벗고, LG그룹의 상임변호사로 자리를 옮겼다. 권 부사장보다 먼저 판사를 그만두고 LG로 옮긴 김상헌 NHN고문과 가까우며, 김 고문이 LG로 옮길 때 서울지법 판사로 함께 근무하며 LG행을 권했다고 한다. 권 부사장이 LG로 옮길 때는 반대로 김 부사장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울법대 선후배 사이로, 하버드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 LL.M.을 한 것까지 법률가로서 살아온 경력이 비슷하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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